태엽에 감겨진 시간이 서서히 풀려 초침을 일으켜 세우고 정각을 지날 즈음 , 다른 세상을 머금은 메아리가 거대한 나무조각의 유려한 곡선을 따라 이곳에 퍼져나간다. 물은 소릿길을 따라 위로 오르니 구름이 된다. 쇠붙이들에 아래의 공간을 입히니 천둥이 되고 구름이 검어지며 비를 내린다. 어둠 속의 작은 불빛이 만드는 그림자들 속에 길을 잃지 않으려면 박쥐처럼 귀를 세우고 튕겨져 돌아오는 너의 소리에 집중하여라.

아트선재센터는 《포인트 카운터 포인트》와 연계하여 사운드 아티스트 권병준의 퍼포먼스 <층간> 을 개최한다.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전시 공간은 소리를 매개로 소통한다. 윗층의 소리는 아랫층의 스피커들을 통해 들려오고, 아랫층의 소리는 윗층으로 향하며 상대의 공간을 머금고 돌아온다.

이러한 크로스 피드백 루프(cross feedback loop)의 음향 환경을 기반으로 권병준과 배민경은 각자의 공간을 재해석하여 상대에게 전달한다. 이 퍼포먼스는 《포인트 카운터 포인트》 전시의 작품들이 지닌 고유의 형상과 울림들을 증폭하고 변형시켜 두 공간 사이의 심리적 간극을 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