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2002. 12. 1. – 2003. 1. 19.
아트선재센터
김영진
그간 국내 작가를 심도 있게 조명해온 아트선재센터는 비디오 영상•설치를 통해 국제적 활동해 온 김영진의 개인전을 기획하였다. 김영진은 지난 10년 동안, 개념적 진지함, 시각적 창의성과 정교함, 감성적 효과를 지닌 인상적인 일련의 작품들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그의 작품세계의 특징은 내용에 있어서 거대하고 추상적인 이념이나 개념을 다루기보다는 작가로서의 감수성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한편, 형식에 있어서는 작가의 감수성을 풀어놓음에 있어 엄격하고 끈질긴 실험정신을 관철시키며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는데, 본 전시에서는 5점의 대형 영상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
<그네>(2002)는 4면을 둘러 스크린을 설치하고 한 남자가 그네를 타고 있는 모습을 영사한 작품이다. 한 남자가 그네를 타며 왔다갔다 하는 4개의 면에서, 그는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스스로 답을 하기도 한다. 관람객은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사면의 스크린을 응시하고 그 공간을 거닐며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남자의 내면 세계로 조용히 초대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글로브-아니마의 출구>(2002)는 두 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되는데, 한쪽에서는 남성이 둥근 땅과 하늘을 배경으로 이동하며 볼 수 있는 외부 공간의 변화되는 이미지를, 다른 쪽에서는 여성의 위와 비슷한 방식의 이동과 이미지를 담고 있다. 각기 다른 배경 속에서도 미묘하게 비슷한 시각적 구성과 동시간적인 듯 약간씩 어긋나는 시간의 지점들을 통해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과 영상미를 느끼게 한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율배반적이고 부조화적이며 파편화된 체험을 지각하는 김영진의 예술은, 감춰진 관계와 연관성의 통로를 끈질기게 서술하려 한다. 영악하기보다는 지적이기를, 그리고 초연한 아이러니보다는 감정적 개입을 선호하는 김영진의 작업 방식은 진부한 개념적 상투어로 이루어진 자칭 ‘아방가르드 아티스트’의 공식 언어를 거부한다. 더욱이, 김영진은 시각 예술이란 우선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시각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은 채 물질과 비물질, 실재와 상징 사이를 떠돌며, 끊임없는 생성, 변형 그리고 소실되는 영원한 환영으로 관람객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