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리닝

건드리기, 찔러보기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기: 기념물과 관례들 그리고 신화

2010. 10. 22. (금) – 10. 23. (토) 14:00

아트홀(B1)

건드리기, 찔러보기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기: 기념물과 관례들 그리고 신화

2010년 10월, 아트선재 스크리닝 프로그램에서는 베트남과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큐레이터 조 벗(Zoe Butt)이 구성한  베트남 현대미술의 현 주소를 살펴본다. 문화적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삶의 혼돈에 작가들은 어떻게 저항하고 변화해갔는지 그 실천들을 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베트남의 현대미술을 이끌어 나가는 주요 작가들의 비디오 작품을 상영하고, 그 작가들이 지향하는 세 가지 주제-기념물, 의례, 신화-와 그들의 예술적 실천들을 심도 있게 다룰 것이며, 총 7편의 영상 작품을 소개한다.

베트남은 과거 공산주의 정권 하에서 모든 문화 활동들을 제한해왔으며 이러한 상황은 국가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화 환경에 사명감을 가지고 비평적이며 자주적인 예술작업을 해 나가는 작가들, 딘 큐 레(Dinh Q. Lê)와 투안 앤드류 응우엔(Tuan Andrew Nguyen)의 경우는 베트남에서 전시가 아직 이뤄진 적이 없으며, 응우엔 트린 티(Nguyen Trinh Thi), 응우엔 누 후이(Nguyen Nhu Huy) 같은 일부 작가들은 감금되거나 작업 과정 중에 추궁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베트남 내에서 비영리 현대미술 갤러리, 토론과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실험적인 공간 그리고 ‘라이프 디자인(life design)’에 중점을 둔 디자인스쿨을 설립하는 등의 예술 인프라를 구축하며 활약하고 있다.

상영작 및 작가 소개
Jun Nguyen Hatsushiba(준 응우엔 하쯔시바), The Ground, the Root, and the Air: the Passing of the Bodhi Tree
[단채널 비디오: DVD(NTSC) │2004│ 14’30”]

베트남의 1세대 작가인 준 응우엔 하쯔시바의 작품으로 작가가 2006년에 라오스(Laos)의 루앙 프라방(Luang Prabang) 지역에서 진행된 전시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었던 <The Quite in the Land>에 참여했던 결과물이다. 이 작업은 루앙 프라방 예술대학의 학생들과 공동으로 제작되었으며, ‘The Ground’, ‘The Root’ 그리고 ‘The Air’ 등 세 부분으로 이뤄진 설화로 구성 되어있다. 지방과 도시 지역의 삶을 혼재시키면서 매우 아름답게 구성된 작품으로 전통과 현대적 동향 즉, 정신적인 삶과 물질적인 것 사이의 절충에 관해 복합적인 질문들을 시각적으로 던지고 있다. 준 응우엔 하쯔시바는 베트남과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가로지르며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의 딜레마들을 보여준다.

준 응우엔 하쯔시바는 1968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호치민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호치민에 자리한 라이프 디자인(life design) 스쿨의 설립자이다.

Dinh Q. Lê(딘 큐 레), The Farmers and the Helicopters
[3 채널: DVD, color, sound, metal │2006│15’00”]

<The Farmers and Helicopters>에서 헬리콥터는 첫 번째 ‘베트남 전쟁(Helicopter war)’을 뜻하지만, 동시에 희망과 회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쟁 기간 동안 이 헬리콥터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을 가진 지역민들을 인터뷰했으며 딘은 한 농부가 자신의 헬리콥터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와 그의 끈기에 중점을 두고 뉴베트남의 태동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엮고 있다.

딘 큐 레는 산아트의 공동설립자이며 호치민 시와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베트남 예술재단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의 문화에서 드러나는 소재와 널리 알려진 할리우드 영상 이미지 그리고 그것들이 베트남 내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결합시켜 만든 포토 위빙(photo weaving) 작품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The Propeller Group(프로펠러 그룹), A Film about a Film
[단채널 비디오:DVD │2010│5’35”]

수퍼플렉스(Superflex, 덴마크 작가 그룹)와 함께 제작한 이 작품은 가짜와 모방품에 대한 역사적 가치와 현대성의 혼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공유하는 정보와 사회적 위계가 문화적 표현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면, 프로펠러 그룹은 공공기관이 갖는 진실성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사회의 지배적인 사고들에 대해 도전하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 베트남의 옛 건물에서 목재 대들보를 트럭으로 운반하는 과정에서의 작가와 세관원 사이의 대화 장면을 보여준다. 세관원은 네덜란드 박물관에서 가져온 두 개의 나무 장난감 총을 실은 운송물에 대한 가치와 용도에 대해 묻고 있다.

*프로펠러 그룹은 호치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그룹이다. 투안 앤드류 응우엔(Tuan Andrew Nguyen, b.1976, 호치민시), 푸남 뚝 하(Phunam Thuc Ha, b. 1974, 후에), 맷 루체로(Matt Lucero, b. 1976, 로스앤젤레스) 등 3명의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다.

Nguyen Minh Phuoc(응우엔 민 푸옥), Red Etude
[단채널 비디오:DVD, color, sound │2009│5’00”]

<Red Etude>에서는 자국의 과거에 대한 관심의 부족, 고질적인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문화적 내러티브로 드러내고 있다. 군복을 입고 붉은 부채를 든 한 여성이 몸의 움직임으로 내부의 영적인 기운을 조율한다고 알려진 중국의 명상 동작인 ‘태극권(tai chi)’을 추고 있다. 작품의 배경에는 이 군복의 다른 이야기인 전통 춤으로 구성된 하노이의 흑백 장면들이 보여진다. 전통 춤에 관한 옛 하노이의 흑백 영상이 이 군복에 대한 이야기가 짜여있다.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구호품이 주어지고, 적막 속에 멍하니 응시하는 그들은 분명한 목적 없이 빠르게 움직인다. 이 모든 것들은 병렬적으로 작가의 의도대로 배치되며 보는 이로 하여금 현재 베트남의 정체성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응우엔 민 푸옥은 2003년에서 2008년까지 푸옥은 하노이에 위치한 실험적인 현대미술공간 릴레가(RYLLEGA)를 운영했다. 릴레가의 활동은 현재 프로젝트 방식으로 베를린과 하노이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다.

Nguyen Trinh Thi(응우엔 트린 티), Chronicle of a Tape Recorded Over
[필름 프로젝트:DVD, color, sound │2010│30’00”]

이 프로젝트는 호치민의 북쪽 지대를 따라 여행하는 영상물로서 공동의 기억과 역사들 그리고 예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어온 역사적 이야기들을 수집한 작품이다. 참여자들 각자가 장면을 순차적으로 이어 붙여서 글과 이미지들을 모으는 ‘exquisite corpse’ 방식을 취하고 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크메르(Khmer)의 혼혈인 레 후이 호앙(Le Huy Hoang)과 하노이에서 함께 영상작업을 시작했다. 호앙이 이야기의 전반부를 시작하고 우리는 호치민을 거슬러 내려가면서 만난 여러 사람들에게 그 후반부를 상상하고 계속적으로 덧붙여 나간다. 그 결과 공동의 픽션-논픽션의 스토리는 사람들과 지역간의 이미지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 응우엔 트린 티는 1973년 하노이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필름 디렉터이자 영상작가이며, 2009년 하노이의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e)에 세워진 다큐멘터리 영화/비디오 연구기관인 독랩(Doclab)의 설립자이다.

Ngo Dinh Truc(응오 딘 쭉), Untitled(Uncle Ho is always in operation to the battle with us)

스크린 아래 가사에 맞춰 베트남 풍경이 보여진다. 베트남에서는 샵(#)의 광고음악으로 유명해진 정치성 짙은 노래의 서정적인 가사가 관람객의 귓가를 맴돈다. 가라오케 형식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도시의 삶 속 현실들과 정치적으로 추론되는 서정적인 가사를 나란히 시각화 시키고 있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라오케에서 주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 이의 열정적인 모습과 스크린에 비친 이미지 사이에서 존재하는 우스꽝스러운 관계를 보는 동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의 감정 상태에만 몰입되고 만다. 때때로 그들은 이미지와 가사 사이에 모순된 상황을 미쳐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소리만을 듣는다. 대중문화에서 이미지와 글은 스크린 속 이미지와 가사로만 존재할 뿐, 이 둘 사이에 우스꽝스러운 메시지는 간과되고 만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정치와 대중문화의 관계에 대해 재고해 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의 시각문화 속에 이미지들과 글은 의미와 깊이는 없이 파편적인 소리의 메시지와 고정관념만을 양상 시키는 것은 아닌가?

*응오 딘 쭉은 1973년 태생으로 현재 하노이에서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상업 광고 분야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했으며, 그의 많은 작업들은 일상 속 대중매체의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Nguyen Nhu Huy(응우엔 누 후이), Memories

다문화적인 아시아 대륙에서 현대적인 삶의 속도와 전통과의 조화를 위한 동시대 사회의 분쟁은 일상적인 딜레마이며, 베트남에서는 대다수 작가들이 이런 과거와의 줄다리기를 시도한다. 전통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현대적인 방법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전통을 혁신시킬 것인가? 응우엔 누 후이에게 예술은 이미지와 글을 통해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을 재고하는 것이다. <Memories>에는 네 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베트남 전통악기로 고대 음악인 ‘카 트루(Ca Tru)’를 연주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후이는 과거의 기억들과 미래에 대한 갈망이 현대에는 어떻게 하나의 목소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응우엔 누 후이는 현대예술에 대해 베트남어로 번역을 해온 몇 안 되는 비평가이며 큐레이터이고, 음악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0년에는 호치민의 신진 작가들 사이의 교류의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시와 레지던스를 겸한 스튜디오인 제로스테이션(Zerostation)을 설립했다.

큐레이터 소개
조이 버트(Zoe Butt)
조이 버트는 중국계 호주인으로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독립 미술공간인 산아트(Sàn Art)의 큐레이터이다. 그녀는 예술사•이론 학사를 취득하였으며 아시아 후기식민주의를 전공했다. 또한 호치민과 제네바에 위치한 베트남 현대미술 컬렉션인 포스트 비-다이(Post ViDai)의 큐레이토리얼 매니저이기도 하다. 그녀는 최근까지 롱마치스페이스(Long March Space)의 디렉터를 맡았으며, 호주 브리즈번에 위치한 퀸즈랜드 아트 갤러리(Queensland Art Gallery)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도 재직한 바 있다.

기간
2010. 10. 22. (금) – 10. 23. (토) 14:00
장소
아트홀(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