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2017 아트선재 프로젝트 #1: 멜빈 모티 – 코스미즘

2017. 3. 18. – 5. 21.

아트선재 프로젝트 스페이스

2017 아트선재 프로젝트 #1: 멜빈 모티 – 코스미즘

* 제 19대 대통령 선거일인 2017년 5월 9일 화요일, 아트선재센터는 휴관합니다. 관람에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아트선재센터는 올해 첫 번째 아트선재 프로젝트로 2017년 3월 18일부터 5월 21일까지 멜빈 모티의 《코스미즘(Cosmism)》을 1층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후 변화와 국제적 갈등의 상호 관련성을 다루는 필름 <코스미즘(Cosmism)>(2015, 4K 필름, 28분)과 6점의 실크 연작 <클러스터 일루전(Cluster Illusion)>(2014)을 선보인다. 《코스미즘》은 여러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공동체로서는 단절된 상태에 놓여 있는 우리의 현 상황을 관찰하면서, 역사적인 시각에서 현재의 흐름을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본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초반 초자연적이고 불가해한 이론을 우주 과학과 결합시킨 러시아 사상가들의 그룹인 ‘코스미스트’(Cosmists)의 사상적 개념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인간과 우주의 관계에 관한 전체론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세계관을 발전시켰다. 여러 코스미스트들 중 알렉산더 치제프스키 (Alexan­der Chizhevsky 1897 – 1964)는 태양의 표면 폭발이나 흑점 등 태양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는 지구에서 전쟁, 혁명, 전염병, 자연재해가 증가하는 반면 태양의 활동이 더뎌질 때에는 군사적, 정치적 사건이 줄어드는 상응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치제프스키는 이렇게 관찰된 공시성을 ‘히스토리오메트리’(historiometry)라고 불렀다. 인간을 우주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코스미스트의 세계관은 지금처럼 산산조각 난 해체의 시대에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추동력이다. 더욱이 치제프스키의 태양 이론은 현대 사회를 대변하는 두 가지 이슈인 기후 변화와 국제적 갈등의 문제를 하나의 틀 안에서 보게 만든다.

유독 태양의 활동이 활발했던 2001년을 보면, 한 해 중 특히 9월의 활동이 눈에 띈다. 멜빈 모티의 필름 <코스미즘>은 9.11 사태와 이라크 전쟁에서 나타난 흔적이 태양의 자취와 연관되어 있다는 바로 이 점을 활용했다. 필름은 18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토마스 에디슨의 초창기 영화에서 시작되는데, 여기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의 참수 장면이 재현된다. 이 역사적인 참수 장면은 최근의 역사와 집단 기억의 일부가 된 이 시대 참수형의 장면들을 반영한다. 뒤 이어 나오는 내러티브에서는 폭력 사건과 관련된 동영상을 우리가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탐구하면서 여러 단계의 개입 그리고/혹은 거리두기의 문제를 제기한다. 폭력 사건 앞에서 인간의 시야를 확장시켜주는, 때로는 눈을 전적으로 대신하는 기기인 카메라의 위치와 역할이 이야기의 본질적인 특징이기도 하다.이 필름 프로젝트는 작가가 직접 쓴 두 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책 『코스미즘(Cosmism)』과 함께 제작되었다. 첫 번째 에세이는 알렉산더 치제프스키의 히스토리오메트리에 대한 설명이고, 두 번째는 권력 다툼 끝에 공개 처형을 당한 두 명의 정치인인 데 위트(De Witt) 형제를 묘사한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에 관한 글이다.

본 전시는 실크 연작 <클러스터 일루전>이 더해지며 완성되는데, 이 작품은 도쿄에서 활동하는 기모노 염색 장인과의 협업으로 제작한 것이다. 구름 사이를 뚫고 비치는 태양빛을 묘사하는 이 작품은 마치 사진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주 가까이서 보면 하나하나의 이미지들이 얼마나 정밀한 일본 문양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아주 오래된 전통과 현대적 기술을 결합한 이 작업은 역사적인 것과 동시대적인 것을 혼합한다. 특히 실크의 부드러운 질감은 관객을 표면으로 가까이 끌어들인다. 광학적이고 촉각적인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사진적 이미지가 어떻게 추상적인 패턴으로 변화하는 가를 살펴볼 수 있다. <클러스터 일루전>은 패턴(이미지)을 항상 추상적인 어떤 것으로 인지하려는 인간 두뇌의 경향성을 탐구한다. 우리의 뇌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뚜렷한 점을 보지 않고, 이 점들을 환영적인 구름으로 변환시켜 인지한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 다시 말해 지역과 전 지구의 관계는 이렇게 ‘클러스터 일루전’으로 회귀한다.

필름과  실크 연작, 그리고 아티스트북이 모여 전체적으로 하나의 설치 작업을 형성하는 이 전시는 특별히 눈에 띄는 지점을 만들지 않고 관객이 자유롭게, 또 총체적으로 관계성 속에서 생각의 흐름을 가질 수 있도록 다층적인 내러티브를 활용한다. 스토리라인에서 스토리라인으로, 이미지에서 이미지로, 추상에서 구상으로 흘러가는 이것의 실체는, 궁극적으로 전체 작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관객의 상상력이다.

한편, 《코스미즘》 전시 기간 동안 멜빈 모티의 현재 진행 중인 작업 <이끼정원에 관한 연구(Study for Moss Garden>또한 1층 로비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작업은 DMZ 땅굴 안에서 채종한 이끼를 재배하여 땅굴 밖에 설치함으로써 땅굴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이에 일련의 관계성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땅굴 안과 밖의 삶을 의식하고 인지하게 될 것이다.

작가소개
멜빈 모티(1977년 출생)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거주하며 시각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역사적, 과학적, 신경학적 과정들을 실험한다. 도쿄 모리 미술관, 뉴욕 트로이 엑스페리멘털 미디어 앤 퍼포밍 아트 센터(Experimental Media and Performing Arts Center), 빌뉴스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룩셈부르크 무담, 브뤼셀 비엘(Wiels),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13년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필름 작업 <아이겐그라우(Eigengrau)>(2011)와 <아이겐리히트(Eigenlicht)>(2012)를 전시한 바 있다.

기간
2017. 3. 18. – 5. 21.
장소
아트선재 프로젝트 스페이스
참여작가
멜빈 모티
주최
아트선재센터
협력
이코이드|일송환경복원
후원
몬드리안 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