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 #3: 반 미터위
2014. 06. 05 – 06. 22
아트선재센터 1층 라운지
2014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 #3: 반 미터위
“(…) 약속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나온 그는 라운지에 들어선다. 라운지에서 그는 온 몸의 감각을 이용하여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린다. 어슷 어슷 세워져 있는 그림과 물체를 발견하고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다가선다. 그것들은 마치 예전에 어딘가에서 본 듯한 사물을 한 데 모은 것 같지만, 그렇다고 그 광경이 썩 익숙하지는 않다. 그는 눈 앞에 놓인 계단을 두 걸음 올라 반 미터 남짓 올라선다. 바닥에 서 있을 때와는 다르게, 무대 위에는 물체를 바라보기 위한 다른 각도와 다른 시간, 다른 속도가 있다.
반 미터 위 그 곳에서 잠깐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자 근경에서 보았던 물체들이 하나의 풍경으로 그려진다. 시야가 더 넓어지지만 한 곳을 응시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방금 전에 바라본 풍경이 눈을 감아도 보이고, 일순간 귀에 꽂힌 소리는 웅웅거리는 메아리를 남긴다. 약속 시간이 이미 지났지만 그는 여기에 조금 더 머무르기로 한다.”
– 미스터넥의 리볼빙 사이트(Mr. Neck’s Revolving Sights)에서 발췌
아트선재센터는 2014년도 세 번째 라운지 프로젝트로 이븐더넥 기획의 ≪반 미터위(Revolving Sights)≫를 소개한다. 김세은, 김예지, 이현우, 정명우, 네 작가의 페인팅, 설치, 사운드 등으로 구성되는 본 전시는 기존의 라운지 공간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해 볼 수 있는 시각을 제안한다.
위험한 공구를 다루는 작업을 하는 사람은 모든 감각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로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정명우에게 가장 민감해지는 감각은 청각이다. 정명우는 공구와 물질이 부딪치는 소리에 집중하면서, 그가 작업하고 있는 방향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 할 수 있다. 그는 그 소리가 본인이 처해 있는 상황과 태도를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재를 다루는 작업 중에 해야하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필요한 치수를 끊임없이 되뇌인다. 이현우는 일상적인 사건과 감정을 기록하고 분석한다. 그는 기록한 대상을 이미지, 텍스트, 사운드와 같은 여러 형태로 분류하고, 각 요소 간의 관계와 구조를 조정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업은 관람자가 기존에 있던 일상의 체계를 새롭게 인식하기를 제안해 본다. 김세은은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며 만나는 나무와 풀 그리고 인공적인 설치물을 응시한다. 이와 같은 길 위의 풍경과 그 풍경의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형태 자체는 작가에게 유희를 제공한다. 동시에 과장되게 단순한 형태의 특징이나 그로부터 생긴 부자연스러움은 김세은에게 ‘어색하다’ 혹은 ‘익숙하지 않다’라는 느낌이 들게하고 그는 이 순간을 그림으로 기록한다. 김예지는 이미 본듯한 느낌을 가진 이미지를 볼 때 그림으로 기록한다. 그러나 김예지가 그린 어디서 본듯한 각각의 장면은 구체적인 서사를 만들기보다 자주 파편적 장면들로 남아있다. 희미한 인물의 몽타주를 작성하듯이 불명확한 파편적 장면들을 수집하고 언젠가 그 장면들을 모아 하나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작가 소개
김세은(b. 1989)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작업 중이다. 이어지는 길과 길 주변의 풍경을 포착하고 그림으로 기록한다.
김예지(b. 1989)는 서울에서 거주하고 작업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옆집갤러리(2013, 서울), 커먼센터(2014, 서울) 등에서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이현우(b. 1978)는 서울에서 거주한다. 계원조형예술대학에서 회화과 및 경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첼시컬리지에서 MA Fine Art 과정을 졸업하였다. 대안공간 루프(2004,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Midden》(2013,Vulpes Vulpes, 런던), 《(Im)material Labour》(2013, Art Exchange, 콜체스터), 뉴 컨템포러리즈 2011(New Contemporaries 2011)에 선정되어 ICA(2011, 런던) 등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정명우(b. 1987)는 경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서울과 경기지역을 오가며 작업한다. 예술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오브제를 제작하고 이를 퍼포먼스로 연결한다. 지난 12월 아트선재센터 주차장에서 <움직이는 바닥에게>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기획자 소개
이븐더넥은 2011년 몇몇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서울 거주지역인 목(neck)동 어느 빌라에서 시작된 전시 기획 조직이다. 지금은 특정한 소재지 없이 작가의 작업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기획을 꾸리고 있다. http://eventheneck.org
+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
올해로 6년 차를 맞이한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는 전형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예술적 시도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해오고 있다. 라운지 프로젝트는 매년 아티스트를 초청하여, 라운지 안에 있는 카페와 서점 그리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퍼블릭 공간에 아티스트의 작업을 개입시킨다. 2014년 아트선재센터는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 끝에, 카페와 레스토랑 같은 상업 시설 대신 교육 및 프로젝트 공간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술관 곳곳의 건축적 요소를 변모시키는 ‘아트선재 공간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최춘웅의 <출구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새로 정비한 교육실에서는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 미술 애호가 등이 교류하는 토크, 워크숍, 스크리닝 프로그램이 더욱 활발하게 소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