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2014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 #2: 오월광주 치유사진전 – 기억의 회복

2014. 05. 29 – 05. 25

2014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 #2: 오월광주 치유사진전 – 기억의 회복

아트선재센터는 2014년도 두 번째 라운지 프로젝트로 5•18민주화운동 34주년을 기념하여 《오월광주 치유사진전 “기억의 회복”》을 소개한다. 본 전시에서는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치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한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9명의 사진 작업을 선보인다. 사진 치유 프로그램은 5•18민주화운동으로 고통 받고 상처를 입은 유공자들이 기억 속에 깊이 남아있던 장소에 가서 상처와 대면하고, 사진을 통해 마음의 고통과 응어리를 치유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9명의 《오월광주 치유사진전 “기억의 회복“》은 올 한 해 동안 아트선재센터뿐만 아니라 대구와 부산으로 순회되어 소개될 예정이다.

치유의 도구로서의 사진
치유의 도구로서 ‘사진 행위’는 양자의 ‘대면’이라는 필연적인 방식을 통해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자신과 더불어 앞에 놓인 대상과의 상호적인 관계 설정이 바로 사진이 지닌 치유행위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떠한 ‘대상’ 앞에 서야만 사진은 하나의 결정체로 구현된다. 그러나 치유의 도구로서 사진 행위는 자신의 눈앞에 놓인 구체적인 형상만을 대상으로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 즉, 자신의 내면에 드리워진 ‘감정’이라는 또 다른 형상과 마주함을 통해 그 치유의 역량을 자신 스스로 구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카메라를 든 이가 바로 자신일 수밖에 없듯이, 자신의 내면에 잠식된 기억 또는 상처로 점철된 감정과 대면함으로써 그것을 담고 덜어내는 자위적인 행위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치유와 위로는 외부의 힘이 아닌 바로 자신 스스로의 기운으로 이루어낸다. 이러한 점에서 직접 카메라를 드는 용기로 시작하는 사진이라는 치유행위는 큰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억 속 상처 앞에 스스로 선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고 그것이 사진 치유 행위의 가장 중요한 준비물이기도 하다. 외면과 회피의 세월이 이미 녹록치 않거니와, 아픔과 고통의 시간 역시 그 이상 묻혀있기 때문에 상처가 크면 클수록 그에 상응하는 용기 또한 더욱 커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딱딱하게 굳어 깊숙이 묻혀있던 생채기들은 자구적인 힘으로 인해 풀어지거나 덜어내어질 수 있다. 사진행위는 존재와 존재의 대면으로 일어나는 역동인 동시에 ‘빛’으로 드러나는 내면의 형상이기에, 무엇보다 필요한 준비물은 상처 앞에 당당히 서고자 하는 ‘용기’인 것이다.

지난 80년 5월 광주의 봄을 온몸으로 살아내야 했던 수많은 분들 중 아홉 명의 5•18 유공자들은 그날 이후 다시 한 번 큰 용기를 내어 자신의 아픈 기억과 당당하게 마주했다. 여전히 끓는 피를 애써 다독이면서, 또한 스스로 당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안의 걸음을 담대하게 내딛었다. 지난 모든 기억속의 상처와 마주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자리를 스스로 이겨냈다. 어찌 보면 가슴 속에 짙게 배인 상흔 한 줌 정도는 거두어 내지 않았을까.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을 거치며 순회하게 될 《오월 광주 치유사진전 “기억의 회복”》전에 참여한 아홉 명의 5•18 유공자들은, 지난 80년 5월을 온몸으로 치러내야 했던 수많은 광주시민들을 대신해 이제 망각의 뒤안길로 흘러가는 ‘그 날’의 기억을 다시 세상에 꺼내 놓는다. 이 전시는 흘러간 역사를 ‘작품사진’으로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존엄한 삶의 가치를 5•18 피해 당사자들 자신이 온몸으로 전하고자 마련하였다.

역사적 판가름을 떠나 이 단순하고도 명백한 진리를 되새길 이유는 오늘날 우리네 삶에 충분하다. 옳은 일이기에 망설임 없이 스스로 택한 이 아홉 명의 ‘아름다운 몸짓’을 살펴보면서, 이제 우리가 어떤 몫으로 ‘오월 광주’를 되새겨야 할지 함께 고민해주기를 청해본다.

광주트라우마센터 사진치유프로그램 진행자 / 달팽이 사진골방 대표 임종진

광주 트라우마 센터
광주에 소재하며 5•18 민주화 운동 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생존자를 치유하는 기관이다. 트라우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고문, 국가폭력, 사고와 범죄 피해 같은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겪은 뒤 나타나는 정신장애를 뜻한다. 국내 첫 공립기관인 광주 트라우마센터는 정부와 광주시가 설립하여 정신보건 분야 간호사나 심리상담 분야 전문가 등 10여명과 함께 5•18 피해자와 가족,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료한다.

작가 소개
김광수 (1961-)
80년 5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접하고 광주로 내려왔다. 시위에 참여했다가 금남로에서 붙잡혀 군인들에게 구타당하고 12월에 강제징집 되었다. 전역 후 복학 하지 않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촛불시위 등 투쟁의 현장에 함께 하고 있다. 또한 불교, 명상 등의 수행을 통해 내적평화를 찾는 일에도 마음을 쏟고 있다.

김중현 (1936-)
80년 5월 군인들에게 광주시민이 다 죽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도청 앞에 갔다가 두 구의 주검을 보고 그 자리에서 시위에 참여했다. 항쟁 기간 동안 버스에 시민군을 태우고 현장을 오가는 일을 주로 했으며 이후 연행되어 고문을 받다가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5월 이야기만 들으면 당시 죽어간 시체들이 떠오르고 악몽에 시달린다. 현재 나무를 키우고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박시영 (1961-)
농민회 활동을 하던 중 5월 항쟁에 참여하였으며, 그해 12월 카톨릭 농민회 동지들과 광주항쟁의 배후에 미국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 광주 미문화원에 방화를 시도했다. 이후 농민운동을 계속 하였고 현재는 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미문화원 방화 사건 동지들이 연달아 사망하거나 투병 중이어서 마음이 아프다

이종우 (1941-)
80년 5월 당시 민주통일당 당원으로 활동하던 중 학생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 항쟁 도중 공수부대원들에 의해 무차별 구타를 당하고 실신했으며 이후 공수부대원들에게 쫓기는 악몽을 자주 꾸고 사람들 만나는 것이 불안하다. 5·18로 가족을 잃은 분들을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저려온다

정철 (1958-)
80년 5월 광주시민들에 대한 공수부대원들의 만행을 목격하고 회사에서 뛰쳐나와 시위에 참여했다. 그해 9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제작해 인근 공단과 대학가 주변에 배포하다 붙잡혀 구속수감 되었다. 이후 노동운동과 사회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홍섭 (1952-)
80년 5월 안과치료를 받고 나오던 중 아무 이유 없이 군인들에게 폭행을 당해 시민군에 합류했다. 28일 경찰에 붙잡혀 상무대영창에 강제 입소되었으며 이후 100여 일 동안 온갖 고문을 당했다. 이후에도 형사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통제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웠지만 지금도 단체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조양배 (1955-)
80년 5월 18일 시위에 참여했다가 공수부대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하고 상무대에 끌려가 죽음과 직면하는 공포를 느꼈다. 이후 직장에서도 권고사직을 당했으며 적극적으로 단체 활동을 하던 중 최근 광주광역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서 장애인 전용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최용식 (1955-)
80년 5월 누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 왔다가 공용터미널에서 시민들이 공수부대원들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시위에 참여했다. 26일 도청을 빠져나온 후 수배되어 자수했으나 상무대에서 모진 고문을 받았다.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지 못하고 혼자 도망 나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왔다.

황의수(1952-)
80년 5월 18일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항쟁에 참여했다. 27일 새벽 전일빌딩 앞에서 붙잡혀 총 개머리판과 군홧발로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해 허리를 심하게 다쳤으며 나중에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상무대 영창에 끌려가 모진 고문에 시달렸으며 구속 수감되었다. 이후 농민운동에 참여했고 현재 단체 활동하며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

+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

올해로 6년 차를 맞이한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는 전형적이지 않으며 자유로운 예술적 시도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해오고 있다. 라운지 프로젝트는 매년 아티스트를 초청하여, 라운지 안에 있는 카페와 서점 그리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퍼블릭 공간에 아티스트의 작업을 개입시킨다. 정규 전시공간과 차별화되는 특성에 착안하여 다양한 전시 및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한편, 토크, 워크숍, 스크리닝 등의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는 2009년 최정화 작가가 기존의 서점과 카페를 포함한 라운지 공간 전체를 호일, 플라스틱 소쿠리 등을 주재료로 새롭게 디자인 한 데에서 시작되었다. 2010년에는 길초실, 최선아 작가의 모듈 작업, 2011년에는 김나영+그레고리 마스의 대규모 설치 작업, 2013년에는 이미경의 책방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다.

기간
2014. 05. 29 - 05. 25
참여작가
김광수, 김중현, 박시영, 이종우, 정철, 정홍섭, 조양배, 최용식, 황의수
주최
아트선재센터
주관
5•18 기념재단, 광주 트라우마 센터
기획
김선정, 임종진(대안사진공간 달팽이사진골방 대표)
후원
5•18 민중항쟁 서울기념행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