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12회 다음작가전: 금혜원 – 구름 그림자 영혼

2014. 6. 14. – 7. 13.

아트선재센터 3층

12회 다음작가전: 금혜원 – 구름 그림자 영혼

다음작가상 12회 수상자인 금혜원의 신작 <Cloud Shadow Spirit(구름 그림자 영혼)>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한 관찰과 기록이다. 본 전시는 작가가 지난 1년간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며 작업한 동물의 장례식과 화장터, 묘지와 납골당뿐만 아니라 메모리얼스톤 같은 추모 기념물이나 동물 박제를 담은 사진들로 구성된다. 작업 제목이자 전시 제목인 ‘Cloud Shadow Spirit’은 작가가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알게 된 반려동물의 이름을 나열한 것으로,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바라는 기대와 가치를 그들의 이름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보도록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 장례의식이나 추모시설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때로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으로 고통 받기도 한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반려동물의 장례식을 치르고 추모하는 행위는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시선이 교차하면서 다양한 이슈를 생산해 왔다. 금혜원은 반려동물을 추모하는 현대 문화의 단면을 솔직한 사진적 방법으로 기록하면서 인간과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시사하는 동시대의 정서적 환경을 드러낸다.

작가 노트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과거의 어느 시점보다 각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현대 사회의 치열하고 고독한 삶의 환경 속에서 사람과 동물과의 정서적 유대는 더욱 깊어져 왔을 것이다. 인간의 가족이 된 동물은 오늘날 인간과 대등한 권리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또 죽음을 맞는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반려동물의 장례식을 치르고 추모하는 행위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시선이 교차하면서 다양한 이슈를 생산해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시대의 반려동물 장례문화가 개인적 차원의 상실과 애도의 관점으로 축소되기 보다, 사회적이고 포괄적인 시선으로 다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 1년간 나는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며 동물의 장례식과 화장터, 묘지와 납골당, 그리고 최근의 트렌드인 한국의 메모리얼스톤(엔젤스톤)과 미국의 반려동물 박제를 촬영했다.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더 많은 문화권을 다루지 못했지만, 100년이 넘는 동물묘지의 역사와 함께, 보편적인 추모의 형태와 다양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일본과 미국을 선택했다. 그리고 아직은 그 역사가 짧지만 최근 급격하게 그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한국의 사례를 관찰하면서 죽음이 처리되는 공간, 그리고 죽음을 기념하는 방식과 유형을 기록했다.

이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여러 반려동물의 이름에서 사람이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태도와 상호간의 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전시의 제목인 ‘Cloud Shadow Spirit(구름 그림자 영혼)’은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알게 된 반려동물의 이름을 선택해 나열한 것이다. 추상적이고 다소 의미심장해 보이는 이 단어들은 대중적으로 빈번히 사용되는 이름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솜털같이 여리고 순수한 ‘Cloud(구름)’, 늘 그림자처럼 뒤를 따르던 ‘Shadow(그림자)’, 교감하고 소통하던 존재 ‘Spirit(영혼)’, 이처럼 나는 만난 적 없는 동물의 특징과 성격, 혹은 존재의 의미 등을 비석에 새겨진 그들의 이름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본다. 사랑스러운 대상에게서 기대하는 즐거움과 행복, 어린이와 같은 순진함과 배신하지 않는 충성심, 고립되고 결핍된 자신에 대한 이해와 위로 등 반려동물에게 바라는 기대 혹은 가치를 수많은 이름들로부터 어렴풋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교감했던 동물에 대한 장례식과 추모는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준 존재들에 대한 보상이자 책임의 표현이며, 자기 위안일 것이다. 다양한 이름이 새겨진 비석과 동물 동상, 원색적인 조화와 장난감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납골당은 마치 그 자체가 메시지인 듯,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과 함께 반려동물의 가치를 대면하게 한다. 동시에 박제와 같은 기념물에서처럼 애착의 대상에 대한 소유욕이 드러나기도 한다. 나는 이 사진들을 통해 무엇인가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통해 오늘날의 삶의 풍경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소개

금혜원은 1979년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쓰레기 처리장과 같이 도시의 은폐된 공간의 깊이를 드러내고, 재개발 지역의 생경함을 포착하는 사진 작업을 해왔다. 2011년 일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서울, 베이징,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기간
2014. 6. 14. – 7. 13.
장소
아트선재센터 3층
참여작가
금혜원
주최
박건희문화재단, 아트선재센터
기획
박건희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