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
2025. 8. 26. – 10. 26.
국제갤러리 K2, (투게더)(투게더)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
아트선재센터가 기획한《오프사이트2: 열한 가지 에피소드》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한국의 여성, 퀴어, 교차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가 11명/팀의 작업을 통해 젠더와 퀴어 서사를 다층적으로 들여다 봅니다. 각기 다른 삶의 경험과 감각, 시선을 지닌 이들은 정체성과 사회적 규범을 고정된 범주에 가두지 않으며, 스스로를 다시 써 내려가는 서사를 통해 제도, 언어, 재현의 관습 속에 반복되는 억압의 구조를 질문합니다. 참여 작가들이 제시하는 열한 편의 에피소드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개인과 사회, 기억과 역사, 몸과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며, 복잡하고 유동적인 삶의 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전시는 아트선재센터를 벗어난 바깥 공간에서 펼쳐집니다. 그간 아트선재센터는 물리적인 장소가 지닌 역사적 맥락을 반영하고, 전시장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미술간 내외 공간들을 조형적 실험의 무대로 삼아 ‘장소성’의 의미를 다각도로 탐색해 왔습니다. 2023년에 개최된 《오프사이트》는 아트홀의 백스테이지에서부터 물품보관함, 기계실, 계단, 옥상 정원까지, 관람객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던 미술관의 기능적 공간을 넘나드는 전시였습니다.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는 그 두 번째로, 아트선재센터 인근에 위치한 국제갤러리 K2와 (투게더)(투게더)에서 펼쳐집니다.
이번 전시에서 ‘장소성’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회적 맥락이 투영되고 각인되는 몸으로 확장되어 이해됩니다. 신체는 권력, 젠더, 역사, 트라우마가 새겨지고 반복되는 수행성의 장소로서,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사회적 규범과 담론 속에서 형성되고 작동하는지를 드러냅니다. 특히 젠더 이분법에 포섭되지 않는 신체와 정체성의 비규범적 수행에 주목하며, 이성애 중심적 질서로부터 벗어난 실천과 서사를 통해 기존의 규범을 교란하고 재구성하는 새로운 감각과 언어를 모색합니다.
또한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에피소드를 전개하는 데 있어 ‘장치’를 주요한 수단으로 삼습니다. 여기서 ‘장치’는 물리적 기계나 도구뿐 아니라 사회를 특정한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포함합니다. 카메라를 사용하여 촬영자와 피사체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에서부터, 사회가 강요하는 틀을 전복하는 실천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은 고정된 규범 체계에 의문을 던지며 그 경계를 흔듭니다.
국제갤러리 K2에서는 곽소진의 <만지기, 구름에서 땅까지>(2025)로 전시가 시작됩니다. 이 영상은작가의 작업실 지붕 위에 설치된 진동 변압기의 고주파 전류 방전 장면과 이를 만지는 손을 기록한 것입니다. 인공 번개와 카메라의 시각적 장치를 통해 하늘과 땅, 기술과 자연, 통제와 유희가 교차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포착합니다. 장영해의 <I want to die because I want to touch aono / I want to hold aono so badly I could die>(2021)는 퍼포머들의 페어 피겨 안무와 책 낭독을 통해 신체에 각인된 성차 강박적 리듬, 믿음과 지각의 긴장을 드러내며 섹슈얼리티의 관습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문상훈의 <손>(2019–2025) 연작은 레즈비언 연인들에게 서로를 모델 삼아 상대방의 손을 촬영한 사진 작업으로 손이라는 신체 부위가 가지는 정서적이고 성적인 의미가 투영됩니다.
한솔의 세 영상 작업은 작가가 청년 미술가로서 ‘미술하기’의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 미술 대학교 건물 내부의 구조물을 장애물로 전환하여 레이스를 진행한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이다. 루킴의 <눈, 코, 입, 귀, 이마, 턱, 광대뼈, 눈썹>(2021–2025)은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에 새겨진 글귀 중 일부를 작품의 제목과 내용으로 가져온 것으로, 신체 부위를 밧줄로 이미지화하고 파편화하여 사회적 기호와 인간의 몸을 재구성합니다. 조현진의 <짜임과 지탱에 대한 실험>(2023/2025)은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조각들이 최소한의 벽과 바닥 면적에 의지해 딛고 서 있는 형태를 통해 조각이 맞닿고 기대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조명한다.
야광의 <침입자>(2024)는 ‘밤에 손톱을 깎으면 안 된다’는 한국의 오래된 금기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죽음 이후에도 주거난에 시달리는 인물과 퀴어한 몸이 되기를 선택한 캐릭터를 통해 퀴어함의 범주를 질문합니다. 홍지영은 자동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여 자화상, 애인의 초상, 거리의 시위와 재난의 흔적을 포착하며 작가의 개인적 삶과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냅니다. 성재윤은 2022년부터 스스로 탐구해온 트랜스 남성성을 자화상과 스냅 사진으로 기록한 연작 <더 가이 데이즈>(2025)을 선보입니다.
전시는 (투게더)(투게더)에 설치된 하지민의 <니콜라스의 십자말>(2025)로 이어진다. 이 작업은 ‘니콜라스’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이들의 서로 다른 정체성과 이야기를 십자말 풀이 형식과 반복되는 이미지, 언어, 색채의 배열로 교차시키며, 이름과 젠더, 관계의 경계를 탐색한다. 마지막으로 윤희주의 <실리 힐리 밀키 쇼>(2023)는 현실에서 삶의 의미를 잃은 화자가 가상 세계로 도피해 새로운 자아의 구축을 시도하지만, 그 세계 역시 상실과 착취의 논리를 내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의 복잡성은, 전시에 참여한 11명/팀의 서로 다른 목소리로 얽히고, 공명합니다.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는 작가들의 고유한 서사를 연결하여 정체성과 젠더, 퀴어성, 신체, 장소 그리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의 지형을 그려냅니다. 억압된 구조와 경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교란되는 삶의 움직임은 젠더와 퀴어, 존재에 대한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들에게 펼쳐질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하게 합니다.
*본 전시는 국제갤러리K2와 (투게더)(투게더)에서 열립니다. 각 공간의 주소와 운영시간을 참고 바랍니다.
국제갤러리 K2
2025. 9. 2. – 10. 26.
•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 관람시간: 매일 10시 – 18시, 일요일 및 공휴일 10시 – 17시
(투게더)(투게더)
2025. 8. 26. – 10. 26.
•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74-18
• 관람시간: 매일 13시 – 18시
작가 소개
곽소진(b. 1993)은 영상, 퍼포먼스,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한다. 작가는 촬영자의 몸과 카메라라는 장치, 촬영 대상과 장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 내는 상호작용적이고 행위 중심적인 작업에 주목한다. 개인전으로 《Cloud to Ground》(리플레이스 한남, 2025), 《오-마이-갓-이-건-끔찍해-제발-멈추지-마세요 (문래예술공장, 2022), 《검은새 검은색》(TINC, 2021), 《도끼와 모조머리들》(인사미술공간, 2020)을 개최하였으며, 단체전 부산현대미술관(2025), 옵/신포커스(2024), 프리즈 필름(2023) 등에 참여했다. 2024년 시슬리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루킴(b. 1995)은 퍼포먼스와 영상 설치, 텍스트를 주 매체로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폭력의 구조에 대해 작업한다. 제국주의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인한 성적, 인종적 폭력을 탐구하며, SF적 서사를 탐구한다. 개인전으로 《I KNOW WHAT I’VE DONE》(TINC 구. 명성교회, 2024), 《a fist is a fist is a fist》(보안1942, 초이앤초이갤러리, 공간사일삼, 2023), 《에코톤: 탈출 역량》(탈영역우정국, 2022) 등을 개최했다. Millennium Film Archive(2024), Visaural(2023), 웨스(2023), 코임브라현대미술비엔날레(2022), 레낭 현대미술센터(2021), 경남도립미술관(2021)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문상훈(b. 1987)은 경계에 관해 질문하며, 소수자의 목소리와 실패의 감각, 사라지고 있는 것의 정서를 연결하는 작업을 한다. 개인전 《No Future》(공간일리, 2021), 《넌 이 전시를 못 보겠지만》(연무지개x오손도손, 2020), 《우리는 끝없이 불화할 것이다》(킵인터치, 2019)를 열었다.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2024), 합정지구(2019)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태원 트랜스젠더-클럽 2F》(두산아트센터, 2025)를 연출했다.
성재윤(b. 1999)은 사진을 주요 매체로 개인의 삶을 기록하고 서사로 엮는다. 현재 스스로의 젠더 정체성을 탐구하며 트렌스젠더의 신체, 욕망, 역사에 관해 작업한다. 개인전 《석웅》(와이아트 갤러리, 2024)을 열었으며, 단체전 초이앤초이 갤러리(2024), 홍대 미성장 모텔(2023)에 참여했다. 저서로『성탄의 초상』(2021)이 있다. W/O F.의 소속 작가이며, 이태원 트랜스젠더, 성노동 역사 아카이빙 프로젝트 ‘이무기’의 팀원이다.
야광(2021년 결성, 김태리(b. 1993), 전인(b. 1995))은 시각예술 듀오 콜렉티브로, 고착된 정체성 개념을 전복하는 재현의 언어를 영상, 설치, 퍼포먼스,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경유하여 드러낸다. 신체와 공간을 매개로 인권, 세대, 노동 등의 담론과 젠더를 교차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개인전으로 《카인드:KIND》(PS센터, 2024), 《윤활유:Lubricant》 (윈드밀, 2022)를 열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2025), 뮤지엄헤드(2025), 아르코미술관(2024), 인사미술공간(2024)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윤희주(b. 1997)는 영화, 비디오 등 무빙 이미지를 다룬다. 디지털 공간 속에 존재하는 페르소나가 정치적인 힘을 발현하는 순간에 주목한다. 개인전으로《서울 천사의 시》(카다로그, 2025), 《실리 힐리 밀키 쇼》(조응, 2023)를 개최했으며, 참여한 주요 단체전으로 뮤지엄헤드(2024)가 있다.
장영해(b. 1994)는 폭력과 욕망이 기술을 통해 어떻게 변형되고 왜곡되는지에 주목하며, 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의 작업을 한다. 작가에게 몸은 기술을 통해 변형되고 재구성되는 대상으로 존재하며, 그는 AI, 카메라, X-ray와 같은 매체적 장치를 활용해 신체를 이미지로 변환하거나 그것을 분절하고 사물화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개인전 《Glove box》(얼터사이드, 2024), 《Surge Analysis》(갤러리175, 2021)를 연 바 있으며, 두산갤러리(2025), 아르코미술관(2024), 윈드밀(2024) 등의 단체전,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조현진(b. 2000)은 퍼포먼스와 조각을 주 매체로 다루며, 해체와 결합이 유연한 조각과 퍼포먼스 무대를 통해 가변적인 몸과 공간을 탐구한다. 혼종의 상태에 관심을 두며 그것을 자신의 전략으로 삼는 존재들에 주목한다. 퍼포먼스 《밤짐승 놀이패》(윈드밀, 2025)를 공동 제작·연출하였으며, 단체전 《부트캠프》(윈드밀, 2022)에 참여한 바 있다.
하지민(b. 2000)은 영상과 퍼포먼스 매체를 다루며, 운동하는 신체가 갖는 다중적인 상태에 관해 탐구한다. 작가는 운동하는 신체가 단련과 부상, 생산성과 폭력성을 동시에 수행하는 상태라는 측면에 주목하여 이를 젠더적인 관점에서 뒤트는 방식으로 작업의 서사를 구성한다. 공동 제작, 연출한 퍼포먼스로 <밤짐승 놀이패>(윈드밀, 2025)가 있다. 수치(2025),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2023)에서 영상을 상영했다.
한솔(b. 1989)은 자전적 소수자성, 즉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수자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들을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와 영상 작업으로 표현한다. 아마추어 미술가, 레즈비언 부치, 음지의 성매매, 프레카리아트로서의 삶 등을 주제로 다뤄왔다. 개인전으로 《Starry starry night》(쇼앤텔, 2020), 《There’s always tomorrow》(플레이스막 레이저, 2019)를 개최했으며, 참여한 주요 단체전으로 합정지구(2024, 2018),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갤러리(2022), 뮤지엄헤드(2022), 일민미술관(2020), W스테이지 제주(2020), UCLA New Wight International Biennial(2018) 등이 있다. 이태원 트랜스젠더, 성노동 역사 아카이빙 프로젝트 ‘이무기’의 팀원이다.
홍지영(b. 1998) 은 사진을 주요 매체로 활동하며, 신체를 기반으로 퀴어, 폭력, 섹슈얼리티를 연구한다.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것들을 위해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물의 시간들』(2022)을 출간했으며, W/O F.의 소속 작가로 기획을 맡고 있다. 뮤지엄헤드(2024), 프리즈 서울 라이브(2024) 등에 참여했다.
퍼포먼스
야광, <날 것의 증거>
– 일시: 9. 3. (수) 21:00
– 장소: 도산 공원
야광, <날 것의 증거: 에코>
– 일시: 9. 4. (목) 15:30
– 장소: 코엑스
장영해, <𝄆 climb, fronthook, angel, invert, daphne, figure head, scorpion, fall, gemini, princess, chopstick>
– 일시: 9. 4. (목) 21:00
– 장소: 국제갤러리 K2
루킴, < a fist is a fist is a fist: 발화>
– 일시: 9. 5. (금) 17:00
– 장소: 국제갤러리 K2
하지민, <니콜라스의 십자말 경기>
– 일시: 9. 6. (토) 15:00
– 장소: (투게더)(투게더)
유승아 (아트선재센터 큐레토리얼 어시스턴트)
아트선재센터
예술경영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