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아스 레베르거
2004. 6. 6. – 8. 1.
아트선재센터
토비아스 레베르거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개인전 《독일 젊은 작가의 힘》은 작가가 그동안 다루어왔던 ‘사이(in-between)’의 개념과 빛에 대한 작업들로 구성되었다. 우리는 지각, 감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빛을 통해 메시지나 정보를 보내고 받을 수 있다. 빛이 가진 다중적 의미와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이번 전시에서는 레베르거의 대표작과 아트선재센터의 전시 공간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신작을 선보였다.
2층 전시장에 전시된 신작 <Some Sized Parents to a Semi Defined O-Space>(2004)는 레베르거의 특징적인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작업으로, 이는 어떤 특정 공간을 위한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가구 디자인의 프로토콜을 고안하는 것이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사무실 공간을 제안하였는데 이 사무실은 작가들의 레시던스 프로그램이나 워크샵을 운영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미술관이나 기타 기관을 위해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주는 리서치 랩, 또는 작가들의 프로젝트 책을 집중적으로 만드는 출판사의 기능을 할 수도 있는 에이전트 역할을 지닌 사무실 공간이다. 아트선재센터가 제안한 이 비전에 공감한 레버거는 이러한 기능을 가능케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을 제안하였다.
지난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선보인 바 있는 <7 ends of the World>는 222개의 유리등이 3층 전시장 전체 천정에 매달려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실제로 이 유리 램프는 베니스 무라노 지역의 유명한 유리 장인들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램프들의 색깔들은 대략 7개의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7개의 범주는 작가가 지구가 멸망하는 날 자신이 있고 싶은 곳으로 명명한 7곳의 장소를 가리킨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각 전등의 빛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7 장소의 일조량에 따라 섬세하게 변화하도록 고안되었음을 알 수 있다.
레베르거는 1990년대 두각을 나타낸 다른 작가들과 같이 미술사의 맥락에서 다양한 이슈들을 끌어내어 그 이슈들을 전환하고 변형한다. 디자인과 미술, 수공적인 요소와 기계 생산품, 지역적인 것과 국제적인 것, 실재와 복제 등의 ‘사이(in-between)’ 영역의 탐구를 통하여 작가는 ‘예술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기능은 무엇인가’ 등 예술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레베르거는 예술작품의 수용과 지각은 항상 무엇인가 볼 것을 제공하는 작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는 관람객 간의 화해 과정이라고 믿는다. 본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레베르거의 대규모 개인전으로서, 지각과 지식, 번역의 문제와 그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하는 시각과 관점의 문제, 그리고 어떤 사물의 기능적 성격과 그에 더해지는 부가가치의 문제를 추구해 왔던 작가의 관심을 총체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