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크리스티안 얀콥스키: 더 데이 위 메트

2003. 10. 2. – 2003. 11. 9.

아트선재센터 3층

크리스티안 얀콥스키: 더 데이 위 메트

본 전시에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갖는 크리스티안 얀콥스키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소개하였다. 작가는 한국사회와의 첫 만남, 문화적 차이와 충돌 등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소통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대중가요’와 ‘노래방’을 선택하여 가라오케 클립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이와 함께 3층 전시장 벽면과 지하 1층 소극장에서 얀콥스키의 기존 프로젝트들이 상영되었다.

작가는 본 전시를 위해 한국문화와의 만남, 서양문화와 동양문화의 만남에서 야기되는 아주 인간적인 경험들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작가가 프로젝트를 위해 선택한 ‘대중가요’의 멜로디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건드리며 소통의 가능성을 열고, ‘노래방’은 이러한 감정들이 폭발할 수 있는 일시적인 체험 공간이다. 그동안 작가는 인간으로서의 크리스티안 얀콥스키와 작가로서의 크리스티안 얀콥스키가 처한 현실과 아트 컨텍스트를 절묘하게 변형하며 일상과 아트워크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작업들을 제안해왔다. 특히, 노래방 문화로 한국사회와 소통하기를 원한 아트선재센터에서의 프로젝트는 아트와 현실을 360도 회전하는 ‘과정’에서 체험할 수 있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작가는 한국 사회에 자신을 삽입시키는 방법으로 <the day we met>(2003)라는 일종의 ‘가라오케 클립’을 만들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시각적 결과물로 남을 이 ‘가라오케 클립’을 만들기 위해서 작가는 시나리오 작가(가라오케 반주기 제작 회사 기획팀), 영화감독(TV 멜로드라마 감독), 그리고 배우(모델 출신의 여성 연기자들)를 섭외하여 다양한 파트너들과 공동 작업을 했다.

이러한 공동 작업은 작가가 그의 파트너들에게 ‘작품’의 완성을 위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최종 결과물이 작가의 작품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작가의 개입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작가이기 때문에,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작가가 ‘주연 배우’로 등장하기 때문에, 영상제작에 참여하는 다양한 전문인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작가로서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며 타자에게 작품의 ‘운명’을 맡기게 된다. 이 영상작품은 전시장에 설치된 노래방 공간의 진짜 가라오케 반주기와 그 속의 영상물들 사이에 삽입되었고, 관람객은 실제 노래방에 옷 것처럼 노래와 영상 이미지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미술관 밖의 실제 노래방에서도 작가가 등장하는 영상물이 반주기의 노래와 연결되어 있어 미술관을 찾지 않는 일반인들도 우연한 기회에 노래방에서 어떤 노래를 선택하면 얀콥스키의 영상을 만날 수 있다. 대중가요를 들으면서 그 내용의 진부함과 표피적인 표현에 역겨움을 느끼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러한 측면의 대중적 호소력을 부인 할 수 없듯이, 얀콥스키의 이번 작업도 ‘만남’이라는 진부한 컨셉과 한국 대중문화의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는 노래방을 이용하고 있지만, 작가가 설정한 전시 컨셉을 자신(작가)이 직접 체험하고 소통하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매우 뛰어난 설득력을 지녔다.

크리스티안 얀콥스키는 1968년 독일 고팅겐에서 태어나 함부르크 미술학교를 졸업, 현재 국제미술계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이다. 제 4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소개되면서 국제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암스테르담 드 애플 파운데이션, 퀼른 현대미술센터등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또한 1997년 리용 비엔날레,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2001년 베를린 비엔날레, 2002년 휘트니 비엔날레 등에 참가하였다.

기간
2003. 10. 2. – 2003. 11. 9.
장소
아트선재센터 3층
참여작가
크리스티안 얀콥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