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줄리앙 프레비유: 핀치-투-줌

2018. 11. 22. – 2019. 1. 20.

아트선재센터 3층

줄리앙 프레비유: 핀치-투-줌

아트선재센터는 2018년 겨울 전시로 줄리앙 프레비유의 《핀치-투-줌》을 개최한다.

줄리앙 프레비유는 근대 이후 산업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신체 움직임에 미친 영향에 관심을 두고, 우리의 일상적 신체 사용을 안무하는 사회의 여러 작동 방식들에 대해 영상, 드로잉, 설치 및 퍼포먼스를 통해 이야기해 왔다. 작가의 최근작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 «핀치-투-줌»은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안되어 때로 특허로 등록되는 일련의 신체 동작에 대한 연구, 그리고 사람들의 신체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활용하기 위해 계발된 동작의 기록방식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오늘날 신체와 기술, 생산이 어떻게 서로 연동되어 있는지를 드러내며, 그 작동 방식을 작업으로써 전유하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전시장의 입구에 놓인 상 ‹구르기›(1998)는 작가가 미술학교 재학 중에 제작한 퍼포먼스의 기록 영상이다. 프레비유는 집에서 출발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모든 경로를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행위로 만들었다. 말 그대로 ‘몸으로 부딪치기’는 작업의 초기부터 현재까지 작가에게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작업의 방식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는 그의 작업은 직접 그 현상에 대해 부딪혀보는 방식을 택한다. ‹입사거부서›는 2000년부터 2007까지 작가가 신문, 잡지 등에서 발견한 입사 공고에 대해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는 대신 ‘입사거부서’를 보낸 것이었다. 작가는 공고문의 언어가 선택한 어조에서부터 회사의 정책에까지 다양한 방식의 비평을 담아 약 천여 통의 입사 거부서를 보냈고 그 중 일부에 대해서는 회신을 받기도 했다. 현재의 노동과 고용의 현실을 드러내는 이 서신들은 미술 전시에서 소개되었을 뿐 아니라 여러 사회적 토론과 대화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1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시퀀스 #1)›은 2007년에서 2011년까지 작가가 수집한 특허 등록된 제스쳐를 모아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전자 장비의 발달과 함께 기기에 대한 명령은 간단한 신체 동작으로 대체되었고,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인식하여 정보를 주고받는 이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Natural User Interface)는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의 주요 기술로 취급되었으며 그 일부 동작들은 특허로 등록된다. 아직 실현되었거나, 시판되지 않은 기술의 동작도 이미 많은 특허가 등록되어 있고, 작가는 이것이 ‘우리가 미래에 하게 될 동작’이며 ‘현재 안의 미래’라 말한다. 작가는 무용수들과 함께 이 특허 등록된 동작을 일종의 스코어로 삼아 비디오 에세이 형식으로 제작하고(‹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시퀀스 #2)›(2014)), 이 작업은 이후 여러 상과 퍼포먼스로 발전하여 가장 사적으로 여겨지는 개인의 몸과 그 움직임이 기술 개발과 사유 재산, 무임금 노동에 연결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전시의 중심 작업인 ‹삶의 패턴›(2015)은 19세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체의 움직임을 기록하여 동작을 분석하고 이를 산업과 기술에 활용하려고 했던 계보를 추적한 후 이를 다시 파리 오페라단 무용수들의 안무로 전환한 상작업이다. 이 같은 기록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특히 노동하는 신체의 효율성을 높이고 또한 소비하는 신체의 패턴을 분석하기 위한 산업적 목적이 컸다. 이 작업은, 이번 전시를 위해 서울 시내의 미술 대학 학생 여섯 명과 함께 시선 추적 장치의 기록 워크숍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시선의 문집›(2015-2018), 그리고 작가 자신의 일주일 동안 움직이는 과정에서의 속도 변화 데이터를 돌 조각으로 구현한 ‹속도-자화상›(2015)과 연결되고 있다.

프레비유는 SF적 접근보다는, 기술의 한 편에 실제로 남아 있는 가장 아날로그한 형태인 인간 신체와의 관계에서 기술에 대해 질문한다. 이는 때로는 쉽게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수공예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효율의 대척점으로 향하는 시도를 통해 더욱 잘 드러난다. 작가는 범죄가 일어나는 지리적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주로 활용하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컴퓨터에 의존하는 대신 직접 손으로 그려 만든 드로잉을 제작하는 워크숍을 경찰관들과 진행하기도 하고, 구 본사의 창문으로 들여다보이는 벽면의 낙서를 훔쳐본 후 드로잉으로 만드는 원시적인 방법의 해킹을 시도하기도 한다. 일련의 작업을 통해 그는 현대 사회의 규준이 되어버린 생산성과 효율성에 대해 몸으로 부딪쳐 보고, 점차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기술 기반의 활동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문장은 우리에게 수동적, 능동적 선택을 남겨두고 있다. 우리는 주어진 미래의 동작들을 받아들일 것인가, 또는 다음의 새로운 행동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것인가?

1)프랑스 기업들이 작가를 초청하여 강연을 개최하기도 했고, 이 작업은 취업준비생들의 심리상담 자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작업은 <입사거부서>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번역, 출판되었으며 미술관 1층 로비에서 이 책을 열람할 수 있다.

글: 김해주(아트선재센터 부관장)

작가 소개
줄리앙 프레비유(b.1974)
줄리앙 프레비유는 기술의 사용, 지식 산업, 경제의 작동 방식 등 현실의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4년 프랑스의 현대미술 작가들에 수여하는 권위있는 미술상인 마르셀 뒤샹 상을 수상하였고, 마르세유 현대미술관(2018), 토론토 블랙우드갤러리(2017), 파리 퐁피두센터(2014)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약 7년간 1천여 곳의 채용공고에 ‘입사거부서’를 보내어 채용 공고의 언어 속에 드러난 현실과의 부조리를 드러낸 그의 작품 <입사거부서(Lettres de non-motivation)>은 『입사거부서』라는 책으로 번역, 출간(출판사 클, 2016)되었다.

오프닝 리셉션 2018.11.21 (수) 18:00
아티스트 토크: 줄리앙 프레비유  2018.11.21 (수) 16:00
* 영-한 순차통역이 진행됩니다.

핀치-투-줌 도록
김해주, 서동진, 조희현, 줄리앙 프레비유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기간
2018. 11. 22. – 2019. 1. 20.
장소
아트선재센터 3층
참여작가
줄리앙 프레비유
주최
아트선재센터
기획
김해주(아트선재센터 부관장)
후원
주한 프랑스대사관, 주한 프랑스문화원
기획 보조

조희현(아트선재센터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그래픽 디자인

신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