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2012. 9. 9. – 11. 4.
아트선재센터
이불
아트선재센터는 199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불 개인전을 가졌다. 이후 현대 미술계의 주목을 받게 된 이불은 역사적•사회적 현상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고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왔다. 아트선재센터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이불의 개인전은 동시대 미술계를 선도하는 예술가로 성장한 이불을 14년 만에 다시 초청하여 작가의 예술적 여정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장을 열고자 함이었다.
전시는 현재 진행형으로 확장되는 이불의 예술적 스펙트럼을 스튜디오 섹션에서 재현했다. 스튜디오 섹션에서 선보인 드로잉과 모형 220여 점은 이불의 연구 흔적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난 20여 년 동안 계속된 이상과 현실에 관한 성찰의 궤적을 그렸다. 사이보그와 아나그램 시리즈, <나의 거대 서사(Mon grand recit)> 시리즈, 최신작 <비밀 공유자(The Secret Sharer)> 등의 드로잉과 모형을 선보이는 스튜디오 섹션을 위해 전시장의 구조를 통째로 변경했는데, 그 자체가 이불의 예술세계를 구현하는 하나의 작품으로 기능한다.
본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대규모 설치 작품 <비아 네가티바(Via Negativa)>는 지적•시각적 구조에 대한 이불의 끊임없는 탐구를 보여준다. ‘비아 네가티바’라는 제목은 부정(不定)을 통해 신을 규정하려는 신학적 방법론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인식론이나 관습적인 사고를 뛰어넘어 신이나 신성한 존재 또는 이상을 찾으려는 시도, 즉 부정의 길을 뜻한다.
또한 <나의 거대 서사> 시리즈 중 하나인 <벙커(M. 바흐친)(Bunker(M. Bakhtin))>(2007/2012)가 전시되었다. <벙커>는 작가가 재구성한 근대사를 수렴하는 구조체로 조선의 마지막 왕손 ‘이구’의 불행한 삶을 조명한다. 이구의 삶에 반영된 근대사는 다양한 요소로서 작용하며 <벙커>의 구조적 형태와의 공명을 통해 재구성되고, 관람객에 의해 발생된 소리와 융합된다. 이는 역사와 현재를 교차시키고, 이불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이 전시의 방점을 찍는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