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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2024. 12. 3. – 2025. 1. 26.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시각연구 밴드 이끼바위쿠르르(고결, 김중원, 조지은)의 이번 전시는 미륵에서 출발합니다. 미륵은 동아시아 전통에서 미래를 상징하는 부처로서 동학, 불교, 무교의 영향을 받아 우리의 풍경 속에 자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륵 조각상들은 사찰 주변에서 잊혀지거나, 마을 어귀와 들판 속에서 방치된 채 버려진 돌로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망가진 축사 옆이나 태양광으로 가득 찬 폐교에서 발견되는 미륵은 돌봄을 벗어난 존재로서 오히려 생동감을 발현합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이러한 역설에 주목하며, 미륵이 있는 풍경과 우리가 포함된 풍경에 관한 신작 필름과 조각 작품인 <거꾸로 사는 돌>을 통해 “과거를 살아내는 돌”로서 미륵을 재조명합니다.

과거를 살아가는 미륵은 단순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는 근대성에서 추구하던 속도를 벗어나 자연과 연결된 고유한 속도로 회복하는 여정을 제안합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미륵을 통해 산과 바람, 하늘과 땅과 새롭게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하며, 전통적인 동아시아 산수화에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살아가는 방식을 은유하는 차경(借景)의 개념을 상기시킵니다. 버려졌기 때문에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는 미륵은 우리에게 버려짐을 통해 오히려 풍경 속에 깊숙이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더듬기> 작업은 차갑고 단단한 석상을 숯으로 더듬으며 작가들이 미륵을 만지고 느꼈던 경험을 전달합니다. 이는 소외된 풍경과 조각에 대한 감각적 접속을 불러일으키며, 일상에서 잊힌 미술의 존재감을 재발견하게 합니다. <더듬기>는 이끼바위쿠르르가 더듬어간 석상의 굴곡과 흔적을 남기고, 육안으로는 평면적으로 보이는 미륵의 실상이 사실 매우 드라마틱한 덩어리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나 그 섬세함은 시각적이기보다는 촉각적이며, 덩어리의 연속적 흐름을 통해 그 관계와 형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닮음과 멀어짐이 교차합니다. 작가들이 더듬었던 것은 단순히 석상의 몸체가 아닌, 그와 얽힌 시간의 결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륵을 손으로 더듬을 수 있었던 것은 아무도 찾지 않는 방치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시는 <쓰레기와 춤을>이라는 비디오 작업으로 이어집니다. 이 영상은 먼지와 쓰레기들이 폐허 속에서 춤추는 모습을 담아내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먼지 속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존재하는 새로운 관계를 환기시키며, 우리에게 함께 존재함의 의미를 묻습니다. 

《거꾸로 사는 돌》은 우리가 속한 일상의 풍경을 돌아보며, 버려진 돌과 버려진 풍경 속에서 “과거를 살아내는” 미륵이 주는 위로와 희망을 찾고자 합니다. 우리가 미륵처럼 “버려지는 용기”를 가질 때, 생태적 풍경 속에서 새로운 연결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작가 소개
이끼바위쿠르르(ikkibawiKrrr)
이끼바위쿠르르는 고결, 김중원, 조지은으로 구성된 시각 연구 밴드다. 그룹의 이름은 이끼가 덮인 바위를 뜻하는 ‘이끼바위’와 의성어 ‘쿠르르’를 의미한다. 땅과 공기 사이의 좁은 경계에서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이끼의 모습을 작업의 태도에 반영한다. 이끼바위쿠르르는 농부, 해녀, 학자 등 여러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 삶의 방식을 통해 식물, 자연현상, 인류, 생태학을 배운다. 그리고 작가는 자생하는 동시에 경계를 넓혀가며 생태의 일부가 되어가는 열대와 해초에 주목하고 그 현상에 관해 탐구한 바 있다. 참여한 주요 단체전으로는 《그림자의 형상들》(비엔나 제체시온, 2024), 《Breath(e): Toward Climate and Social Justice》(해머 미술관, 2024),《연안의 기록들》 (영국문화원, 한국국제교류재단, 2024), 《Sending Love during Uncertain Time》(엠플러스, 2024), 《노란 기억》(식민지역사박물관, 2023), 《이것 역시 지도》(제12회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2023),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제14회 광주비엔날레, 2023), 《Lumbung》(카셀 도큐멘타 15, 2022) 등이 있다.

퍼포먼스
Bring Me with You
일시: 2024. 12. 3. (화) 16:00, 12. 7. (토) 14:00
장소: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
퍼포머: 아구스 누르 아말

아티스트 토크: 이끼바위쿠르르
일시: 2024. 12. 14. (토) 16:00
장소: 아트선재센터 아트홀

기간
2024. 12. 3. – 2025. 1. 26.
장소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
참여작가
이끼바위쿠르르
기획
김선정(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 김지나(스페이스 포 컨템포러리 아트 프로젝트 디렉터)
진행보조

유승아(아트선재센터 인턴)

주최

아트선재센터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