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양혜규: 셋을 위한 목소리

2010. 8. 21. – 10. 24.

아트선재센터

양혜규: 셋을 위한 목소리


양혜규는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서부터 역사적인 인물이나 사건까지, 그 안에서 보여지는 개체와 공동체의 관계 등의 서사적 내용을 특유의 추상적인 형식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그의 작업에 블라인드, 조명, 히터, 선풍기와 같은 독창적인 감각 매체들을 등장시키고, 평면, 사진, 영상, 조각, 설치 등의 다양한 형식을 선보인다. 작가의 공감각적인 설치 작업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시각적 자극에 머무르지 않고 오감을 동원하여 작품을 감상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그들의 감각과 감성을 확장시킨다.

《셋을 위한 목소리》전은 그 제목이 시사하듯, 주체와 타자 등이 셋이 되면서 일어나는 무위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목소리는 다른 어떤 소통 방식보다도 화자와 청자 사이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거리와 전달방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게 하는 매체이다. 이 점에 주목한 작가는 오랫동안 집중해 온 주제인 타자성과 그와 동시에 발견되는 친밀함을 특유의 추상적 언어로 구현한다. 관람객은 열과 바람, 냄새와 음성이 공존하는 공감각적 공간 경험을 통해 사회 안에 오롯이 존재하고 있는 개별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된다.

2층 전시 공간에는 영상, 평면, 설치작업들과 함께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광원(光源) 조각 등이 새롭게 선보인다. <그 밖에서(Dehors)>(2006)는 일간지에서 발췌한 162장의 부동산 광고 이미지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슬라이드 프로젝션 작업으로 뒷면의 기사가 역광에 의해 비쳐 보임으로써 언론과 광고, 진실과 허구, 현실과 현상과 같은 이면을 드러낸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과장된 가상의 건물 이미지가 시네마틱하게 펼쳐진 극적인 배경 속에서 교차하면서 작가의 주된 관심사인 “홈리스적인 감성”을 비쳐보인다. <비디오 3부작 (펼쳐지는 장소, 주저하는 용기, 남용된 네거티브 공간)(Video-Trilogy(Unfolding Places, Restrained Courage, Squandering Negative Spaces))>(2004-06)과 2009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으로 국내 최초 공개되는 <쌍과 반쪽–이름 없는 이웃들과의 사건들(Doubles and Halves-Events with Nameless Neighbors)>(2009)은 비디오 에세이 작업들로 아현동(서울)과 베니스(이탈리아) 등의 장소, 관계,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사고를 영상과 나레이션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3층에는 무빙 조명기기와 결합된 블라인드 설치 형태의 대표적 작업으로 일컬어지는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 셋을 위한 그림자 없는 목소리(Series of Vulnerable Arrangements–Shadowless Voice over Three)>(2008)가 전시공간 전체에 펼쳐진다. 블라인드, 거울, 향 분사기, 선풍기, 적외선 히터, 조명기, 음향장치 등의 감각기기로 구성된 작품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가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조명기의 안무는 관람객의 음성에 따라 무작위적으로 작동하여 기존의 색상, 형태, 움직임과 다르게 변형된다. 작가는 ‘음성’이라는 개체의 고유성을 작품의 안무를 파괴하는 장치로서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는 관람객의 음성과 작가의 안무가 서로 대치되면서도 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무작위적인 관계성은 작가가 관심을 가져온 자아와 타인 사이의 익명성과 친밀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런 ‘목소리’의 역할은 양혜규가 기획한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1914-1996)의 모노드라마 <죽음에 이르는 병(The Malady of Death)>과 뒤라스가 직접 각본 및 연출을 담당한 영화의 상영회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난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비전시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 작업이 특정 장르 안에 갇힌 활동이 아님을 다시금 강조하는 한편, ‘음성’이라는 비미술적인 요소가 담보하는 미술의 영역에 질문을 던진다. 이들 프로젝트는 개별적으로, 동시에 연동되어 진행된다. 작가 양혜규는 뒤라스의 단편소설 『죽음에 이르는 병』을 번역, 출간하고 이를 모노드라마로 연출한다. <목소리(Voice)> 영화제는 영화 감독으로서의 뒤라스의 활동을 재조명하는 프로젝트로서 총 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본 전시를 앞두고 SAMUSO:와 현실문화연구소는 기존의 미술도록과 단행본의 중간 형태로 작가의 모노그래프 『절대적인 것을 향한 열망이 생성하는 멜랑콜리』(2009)를 공동으로 기획하여 발간했다. 이는 양혜규 작업의 유일한 한국어 본격 소개서이며, 이번 개인전을 조명할 수 있는 소책자가 추가로 기획 발간되어 이 모노그래프와 짝을 이루게 될 것이다.

기간
2010. 8. 21. – 10. 24.
장소
아트선재센터
참여작가
양혜규
주최
아트선재센터
기획
사무소
후원
Institut français, 매일유업㈜, 서울문화재단, 프랑스대사관, 프랑스문화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