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안타르티카

2004. 8. 24. – 10. 10.

아트선재센터

안타르티카

국내외 전시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공동 작업으로도 주목을 받았던 김홍석과 김소라가 《안타르티카》라는 하나의 전시 제목으로 두 개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전시는 두 작가가 서로의 작업들에 상호 반응하면서 진행하였으며, 각자 다른 방법을 통해 관람객을 ‘안타르티카’라는 동일한 공간으로 초대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김홍석과 김소라가 구현한 공간인 ‘ANTARCTICA(남극)’는 사회과학적인 측면에서 현대의 공간과 시스템을 재해석하였던 이전의 공동작품들처럼 관람객을 새로운 경험으로 유도한다. 미술관 입구 자동문에 쓰여진 김홍석의 <South Pole>(2004)을 통과하여 2층으로 들어선 관람객들은 김소라가 작업한 화산과 도서관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공간으로 구성된 복합 공간(complex)을 만나게 된다. 실재하는 곳인 ANTARCTICA에서 탐험가들이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운 사건들을 겪었던 것처럼, 김소라는 전시기간 동안 complex에서 관람객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새로운 경험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층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작가는 전시장 3층에 동료작가들이 쓸모 없다고 생각해서 버린 작품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그것을 재활용한 <라운지>를 만든다. 이는 독립된 하나의 작품인 동시에 김홍석의 오프닝 퍼포먼스 관람을 위한 기능적 가구로도 작용한다.

김홍석의 작품들은 오브제, 벽면 텍스트, 영상 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루어졌다. <I document it – Jeju Island>(2004)는 제주도의 폭포수와 절벽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들의 판에 박힌 포즈들을 기록한 비디오 작업이다. 이 작업을 통해서 작가는 일상에서 우리들이 환경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할 때 보여지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학습된 태도와 자세를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본다. 또 다른 비디오 작업인 <G5>(2004)에서 김홍석은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5명의 사람들이 한국어로 번역한 미국, 러시아, 영국, 일본, 프랑스의 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 모두가 국가, 문화,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 3층에 걸쳐 작가가 직접 쓴 여러 개의 텍스트를 벽면에 붙인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2004)는 코헨 형제의 동명 영화에 나타나는 한글 자막을 발췌하여 시트지로 제작한 작업이다. 자막은 영화의 이미지를 대신하는 일종의 문자 스크린으로, 관람객들은 자막만으로도 영화의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다. 김수영의 <꽃잎 1>과 윌리엄 블레이크의 <America, Plate 10>을 벽면 텍스트로 옮긴 동명 작업은 각각 한국어에서 영어, 영어에서 한국어로 여러 차례 반복하여 번역된 시를 다루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 시들은 원래의 시와는 전혀 무관한 외형을 가진 다른 한 편의 시가 된다. 작가는 이렇듯 텍스트나 언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가시화하여, 언어와 문화에 대한 번역의 한계에 물음을 던진다.

김소라와 김홍석은 이번 전시에서 선형적이고 순차적인 사고에서 탈피하여 전시와 작가, 그리고 관람객 간의 역동적ㆍ양방향적인 소통을 생산하고, 완결된 이미지의 재현보다는 다양한 요소들의 유기적 결합과 그것이 무엇인가로 재생성되는 상황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기간
2004. 8. 24. – 10. 10.
장소
아트선재센터
참여작가
김소라, 김홍석
주최
아트선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