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 배너 프로젝트 #7: 노순택 – 내장
2016. 05. 31 – 11. 07
아트선재센터 후면 외벽
아트선재 배너 프로젝트 #7: 노순택 – 내장
아트선재센터는 노순택의 사진 작업 <내장(Internal Organs)>(2009-2013)을 일곱 번째 배너 프로젝트로 선보인다. <내장>은 구 기무사 터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탈바꿈되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의 변모를 기록한 사진 연작 중 하나로, 건물들이 해체되는 과정 속에 드러난 철근, 잔해물,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한밤중에 조명을 이용해 촬영한 작업들이다. 작가는 마치 사람의 얼굴을 찍듯 건물의 ‘내장’ 포트레이트를 부각함으로써 반세기가 넘도록 그 공간을 지배해왔던 권력가들의 속내이자 희생당한 이들의 상처에 대한 은유처럼 작동하며 근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내는 듯하다. 이번 아트선재 배너 프로젝트는 <내장>의 이미지를 대형 현수막으로 보여줌으로써 동시대 한국 사회의 정치, 사회적 맥락을 드러내고 해부하는 작가의 작업 성격을 더욱 극대화하면서 내년에 열릴 노순택의 개인전을 예고한다.
“소격이라는 이곳의 지명은 기이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내게 그 이름은 ‘고립과 폐쇄, 차단’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이격’이라는 단어와 연관성을 찾게 했다.
소격동 165번지, 이곳은 봉건왕조의 친인척 업무를 보던 종친부와 왕실도서관 규장각이 있던 곳이다. 혈육은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의 친위대이며, 지식은 가장 강력한 채찍 가운데 하나다. 둘의 특징은 폐쇄성이다. 소격동 165번지, 이곳엔 일제강점기 ‘제국의 병원’이 들어섰다. 병원에선 이분법적 절대위계가 작동한다. 의사와 환자, 선 자와 누운 자, 살릴 자와 죽을(일) 자. 병원의 특징은 외부세계의 차단이다.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세운 병원의 기능은 단지 병을 고치는 것만은 아니었다. 소격동 165번지, 이곳엔 유신독재의 망령을 현실에서 관철시킨 친위부대 국군보안사령부가 있던 자리다. 부대 안에 대통령전용병원인 ‘국군서울지구병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1979년 10월 26일, 총탄에 죽은 박정희가 의학적 사망판정을 받은 곳이 이곳이다. 두 달 뒤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이곳에서 쿠데타를 모의했다. 1990년 윤석양 씨의 양심선언으로 민간인사찰이 폭로되자, 보안사는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바꾼다. 그러나 그들이 품었던 ‘정치의 안보’, ‘안보의 정치’는 민주적 권력이행이 실행된 뒤에도 끊임없이 작동해 왔다.
그리고 2009년, 2만7303㎡에 달하는 ‘소격된’ 공간을 현대미술의 향연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격적인 발표가 있었다. 나는 그 안이 궁금했다. 처음엔 우연히, 나중엔 계획적으로 그 안에 들어갔다.”
– 작가노트
작가소개
노순택은 1971년 한국 서울 출생으로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대학원에서 사진학을 공부했으며 지나간 한국전쟁이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를 탐색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전쟁과 분단을 고정된 역사의 장에 편입시킨 채 시시때때로 아전인수식 해석잔치를 벌이는 ‘분단권력’의 빈틈을 째려보려는 것이다. 2004년 《분단의 향기》를 시작으로, 《얄읏한 공》, 《붉은틀》, 《비상국가》, 《좋은, 살인》, 《망각기계》 등의 국내외 개인전을 열었으며, 같은 이름의 사진집을 펴냈다. 2009년 올해의 독일사진집 은상, 2012년 동강사진상,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아트선재 배너 프로젝트
2013년 11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아트선재 배너 프로젝트’는 아트선재센터 건물의 외벽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 하여 대형 프린트 작업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이다. 배너 프로젝트에서는 미술관 내부의 정규 전시 공간과 달리, 관람의 영역이 미술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확장되고, 주변 환경 및 공공장소에 예술이 개입하게 된다. 이때 일상의 공간으로 나온 예술 작품은 미술관 방문객뿐 아니라 일반 대중과 만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미술관 주변을 오고 가는 모든 이들에게 예술을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며, 아트선재센터가 위치한 삼청동 일대의 문화 예술적 지평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참여한 작가로는 폴 카잔더, 홍영인, 김성환, 노순택, 히만 청 그리고 임민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