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 배너 프로젝트 #4: 노순택 – 살려면 vs 왔으면
2014. 12. 05 – 2015. 01. 30
아트선재센터 후면 외벽
아트선재 배너 프로젝트 #4: 노순택 – 살려면 vs 왔으면
아트선재센터는 노순택의 사진 설치 작업 <살려면 vs 왔으면(To Survive vs. Once Arrived)>(2012)를 네 번째 배너 프로젝트로 선보인다. 노순택은 동시대 한국 사회의 정치, 사회적 맥락을 다큐멘터리 사진 형식을 통해 기록한다. 특히, 최근 수년 간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층적인 맥락을 사람들의 일상 삶과 함께 추적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을 일상적인 사람들의 삶과 함께 기록하고 있다. <살려면 vs 왔으면>는 강원도 철원군 DMZ 접경지역에서 운영되는 ‘안보관광’ 코스를 찾는 관광객들,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연작으로, 분단 경계선에서 만난 이들에게는 북쪽을 바라보고자 하는 욕망의 시선과 모습들이 포착된다. 배너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되는 작업은 DMZ가 내려다 보이는 철원의 한 전망대에서 포착한 사진 촬영 금지 푯말과 군인의 뒷모습이 함께 담겨 있다.
분단경계선에선, 수많은 시선의 욕망이 꿈틀대고 뒤엉킨다. 남쪽은 북쪽을 보려하고, 그와 동시에 자신을 감춘다. 북쪽 또한 남쪽을 보려하고, 동시에 자신을 감춘다. 서로는 서로를 관측하는 동시에 숨어야 하고, 숨는 동시에 관측해야 한다. 자신의 몸을 적의 시선으로부터 숨기는 ‘피탐거부’와 자신의 몸을 적의 화력으로부터 숨기는 ‘피탄거부’는 각자에게 요구되는, 강력한 삶의 명령이다. “살려면 봐야 하고, 살려면 숨어야 한다!”는 명령은 얼마나 진지하고 흥미로운가. 은폐와 엄폐는 분단경계선을 따라 흐른다. ‘있는지 모르게 하라’는 은폐와 ‘있는 건 알지만 어쩌지 못하게 하라’는 엄폐는 서로에게 ‘불가능한 가능’이다.
적어도 남한에서 분단경계선은 내외국인이 함께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이런 별난 곳을 방문한 자의 의무는 무엇인가. 보는 것이다, 찍는 것이다. 이 별난 시공간을! 이곳에 온 너와 나를! 서로의 카메라가 서로를 겨눈다. 찰칵, 발사! 피탐환영, 피탄환영, 은폐거부, 엄폐거부! “살려면 봐야 하고, 살려면 숨어야 한다!”는 군사적 명령은, “왔으면 봐야 하고, 왔으면 찍어야 한다!”는 거절할 수 없는 사진적 유혹으로 변주된다.
– 노순택의 글에서 발췌
작가소개
노순택은 1971년 한국 서울 출생으로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대학원에서 사진학을 공부했으며 지나간 한국전쟁이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를 탐색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전쟁과 분단을 고정된 역사의 장에 편입시킨 채 시시때때로 아전인수식 해석잔치를 벌이는 ‘분단권력’의 빈틈을 째려보려는 것이다. 2004년 《분단의 향기》를 시작으로, 《얄읏한 공》, 《붉은틀》, 《비상국가》, 《좋은, 살인》, 《망각기계》 등의 국내외 개인전을 열었으며, 같은 이름의 사진집을 펴냈다. 2009년 올해의 독일사진집 은상, 2012년 동강사진상,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 아트선재 배너 프로젝트
2013년 11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아트선재 배너 프로젝트’는 아트선재센터 건물의 외벽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여 대형 프린트 작업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이다. 배너 프로젝트에서는 미술관 내부의 정규 전시 공간과 달리, 관람의 영역이 미술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확장되고, 주변 환경 및 공공 장소에 예술이 개입하게 된다. 이때 일상의 공간으로 나온 예술 작품은 미술관 방문객뿐 아니라 일반 대중과 만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미술관 주변을 오고 가는 모든 이들에게 예술을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며, 아트선재센터가 위치한 삼청동 일대의 문화 예술적 지평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