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 공간 프로젝트 #3: 니콜라우스 히르쉬 / 미헬 뮐러 – 건축과 전시/전시로서의 건축, 새로운 아트선재센터
2015. 12
아트선재 공간 프로젝트 #3: 니콜라우스 히르쉬 / 미헬 뮐러 – 건축과 전시/전시로서의 건축, 새로운 아트선재센터
흔히 전시는 건축과 반대인 것처럼 보인다. 빨리 만들고 실험적이며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건축은 점점 더 변화무쌍해지는 문화계와 더욱 빨라지는 전시 리듬에 발맞추기 어려운 비활성의 느린 매체로 보인다. 전시와 달리, 고전적인 미술기관은 전시를 담아내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건축 디자인이 아무리 스펙터클하고 새롭더라도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흔히 수년이 흘러 최종 완공된 건물은 때때로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 때가 있다. 건축은 무대 위에 너무 늦게 나타나는 등장인물처럼 보인다. 아트선재센터의 경우 완공된 지 채 20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이 건물이 불필요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건축과 전시의 관계를 다시 상상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일 것이다. 이 둘 사이의 갈등은 모든 훌륭한 미술관에서 밀고 당기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미술관 건축은 단순히 전시를 담는 그릇인가? 아니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적 실천과 큐레토리얼 실천에 필요한 안정적인 프레임 그 이상인가? 놀랍게도 미술관 건축은―안정화라는 미술관의 의제에도 불구하고―영구적인 변화라는 논리(와 모순어법)를 따른다는 사실이 (런던 테이트 갤러리가 100년 이상 거쳐 온 진화에 대한 조사와 같은) 보다 상세한 리서치를 통해 밝혀졌다. 다시 말해, 영화 상영, 퍼포먼스, 심포지엄, 미술 교육, 카페, 서점과 아카이브와 같이 점점 더 다양해지는 프로그램의 혼합 양상을 수용하기 위해 전시 공간 내부를 재건축하고 재조정한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이와 같은 모호한 이데올로기적 회로의 맥락에서, 안정성과 불안정성 사이의 바로 그 회색 지대에서 새로운 조건을 상상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서울의 아트선재센터를 위한 제안은 임시적인 현상을 또 다른 수준으로 옮기는 전략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지속 가능하고 성장하는 미술기관을 창조하기 위해 여기에서는 해체와 (재)건축을 반복하는 논리 대신 순차적인 전시 리듬의 원리가 사용된다. 건축의 리듬은 전시의 시간 구조를 따르고, 역으로 전시의 시간 구조는 건축의 리듬을 따른다. 미술기관은 점점 더 프로그램적인 단위들을 축적함으로써 시간이 흐를수록 유기적으로 성장하고 공고해진다. 건축은 곧 전시가 되고 전시는 건축이 된다.
이처럼 시간에 기반하여 성장하는 이 미술기관은 개별적인 부분들을 집합적으로 합친 데서 넌지시 별자리를 내비친다. 이러한 접근법은, (전시 공간, 사무실, 수장고, 화장실, 강당, 카페 등을 갖춘) 미술기관의 청사진이란 모름지기 한 명의 작가(전통적으로 한 명의 건축가)가 설계한 통일성 있는 개체를 이룬다는 가정을 거부한다. 대신에 이러한 방식은 공간을 건축가들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자율적이면서도 서로 연관된 구성요소들로 나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술기관은 역동적인 형태로 공간을 운영하게 되며, 그 점이 아트선재센터를 진정한 타임머신으로 바꾸어 줄 것이다.
니콜라우스 히르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큐레이터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 아카데미와 포르티쿠스 미술관의 디렉터를 역임하였고,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2006), 영국 런던 건축협회(2000-2005) 등에서 교편을 잡은 바 있다. 건축 작업으로는 수상작인 드레스덴의 유대교 회당(2001), 힌제르트 도큐멘트 센터(2006), 트빌리시 복합용도 타워(2007), 보켄하이머 디포 극장(윌리엄 포사이스와 공동 작업, 2002-2003), 유나이티드네이션즈플라자(안톤 비도클과 공동 작업, 2006/2007), 유러피안 쿤스트할레(2007), 델리의 사이버모할라 허브(2008-2012) 등이 있으며, ZKM에서 브루노 라투어가 공동기획한 《공공화하기(Making Things Public)》(2005), 서펜타인 갤러리의 《인디언 하이웨이(Indian Highway)》(2008), 아트 바젤에서 선보인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꿈꾸는가(Do We Dream Under the Same Sky)>(2015) 등 다수의 전시 구조물 디자인도 하였다. 현재 쾰른의 고고학 구역 박물관 및 태국에 있는 리크리트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의 《더 랜드(The Land)》의 레지던시 스튜디오를 작업 중에 있다. 큐레이터로서는 포르티쿠스의 다수 전시들을 포함하여 베를린 폴크스뷔네에서 열린 《에어자츠슈타드: 도시의 표상들(ErsatzStadt: Representations of the Urban)》(2005), 이스탄불의 《문화적 에이전시들(Cultural Agencies)》(2009-2010), 베를린 세계문화의 집에서 열린 《주택문제(Wohnungsfrage)》(2015), 베를린 도큐멘터리 포럼에서 개최된 《보존 디자인(Preservation Design)》(2015) 등을 기획하였다. 한국 철원에서 열린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4》(2014) 기획에 참여했으며, 광주 폴리 II(2013)의 총감독으로도 활동하였다. 그의 작업은 마니페스타 7(2008),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2011), 뮌헨 건축박물관(2010), 상해 비엔날레(안톤 비도클과 공동 작업, 2012), 이스탄불 디자인 비엔날레(2012), 스위스 건축 박물관(2013), 시카고 건축 비엔날레(2015) 등에서 전시된 바 있다. 저서로는 『경계에서(On Boundaries)』(2007), 『인스티튜션 빌딩(Institution Building)』(2009) 등이 있으며, 스펙터 북스의 『주택문제(Wohnungsfrage)』 시리즈와 스턴버그 프레스의 『비평적 공간 실천(Critical Spatial Practice)』 시리즈를 공동 편집하였다.
미헬 뮐러는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이다. 다름슈타트에서 ‘지속적 건축을 위한 실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으며(2001-2004), 다름슈타트 대학 조교수(1996-2001), 카를스루에 국립조형대학 실험공간개념학과 객원교수(2001), 슈투트가르트 국립 아카데미 ‘지속적 건축 스튜디오’의 교수이자 디렉터(2005-2010)를 역임하였다. 2010년부터는 쾰른 공과 대학 ‘실험 건축, 예술, 연구’ 연구소의 교수이자 디렉터로 재직하고 있다. 그의 작업으로는 다름슈타트 기술대학의 발전소, 부퍼탈 슈베베반 정류소, 프랑크푸르트 보켄하이머 디포 극장(윌리엄 포사이스와 협업), 다름슈타트의 다기능홀 603qm 등이 있다. 전시 건축 작업으로는 카를스루에 ZKM의《공공화하기(Making Things Public)》, 프랑크푸르트 쉬른 미술관의 《프리퀀시-Hz(Frequenzen-Hz)》, 포르토 세라브 미술관 음악당,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에서 토마스 바일레와 협업한 설치작업 <고속도로 타워(Turm mit Autobahn)>, 베를린에서 타마라 글치크와 협업한 ‘사운드 머신’(Klangkörper),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와 협업한 <노드 하우스(Node House)> 설치가 있다. 그의 작업은 런던 건축협회와 뉴욕 스토어프론트 갤러리에서 열린 《건물이 큐레이트할 수 있을까(Can Buildings Curate)》(2005), 슈바이츠 베른 미술관 《호른 플리즈(Horn Please)》(2007), 스톡홀름 건축박물관 《도시에 대하여(On Cities)》(2007), 이태리 볼차노 마니페스타 7의《지금의 나머지(The Rest of Now)》(2008) 등 다수의 전시에서 선보인 바 있다. 2015년 스위스 아트 바젤에서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꿈꾸는가(Do We Dream Under the Same Sky)>를 선보였으며, 2015년 시카고 건축 비엔날레에서도 전시하였다.
아트선재 공간 프로젝트
아트선재센터는 미술관 공간 곳곳을 예술적 개입으로 변모시키는 공간 프로젝트를 2014년부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미술관 공공 공간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건축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미술과 건축의 상호관계성을 탐구할 것이다. 그 첫 프로젝트로 건축가 최춘웅을 초대하여 미술관 1층 라운지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출구전략>을 선보였고, 두 번째로는 독일 건축가 마르쿠스 미이센이 미술관 입구에 장소특정적 구조물을 만드는 <담론적 사우나>를 진행했다. 2015년에는 니콜라우스 히르쉬를 초청해 2016년에 이루어질 공간재정비를 앞두고 미술관 공간의 활용 및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고찰하는 프로젝트를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