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후지와라
2013. 2. 2. – 3. 24.
아트선재센터 2층
사이먼 후지와라
건축가인 일본인 아버지와 무용수인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이먼 후지와라는 본인의 삶을 작업에 반영한다. 문화적 정체성의 문제와 동성애자인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한 이슈부터 인류학, 역사·사회·정치적 범주 등을 아우르면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내러티브를 창작한다. 사이먼 후지와라가 만든 내러티브는 소설, 연극, 퍼포먼스, 설치, 강연 등 다양한 형식의 매체로 재현되고, 스스로 내러티브 속의 다양한 인물-극작가, 소설가, 인류학자, 에로 배우 등-로 분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대규모 설치작 3점은 각각 설치와 영상이 함께 구성되며, 관객은 사이먼 후지와라가 만든 내러티브 속 다양한 시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거울 단계(The Mirror Stage)>2009-)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글에서 차용한 제목이다. ‘거울 단계’는 어린이가 자아 이미지(mirror image)를 타인이나 다른 물건에서,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세계 안에서 찾는 과정을 설명한다. 사이먼 후지와라는 11살 때 영국의 화가 패트릭 헤론(Patrick Heron)의 추상회화 <수평의 스트라이프 회화: 1957년 11월 – 1958년 1월(Horizontal Stripe Painting: November 1957- January 1958)>을 본 이후에 예술가를 꿈꾸게 되었고,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거울 단계>는 작가와 11살의 작가를 연기하는 소년이 대화하는 영상, 헤론의 작품 이미지를 복제해 만든 생활 용품이 가득 찬 작가의 어린 시절 방을 재연한 설치로 구성된다.
<뮤지엄 오브 인세스트(The Museum of Incest)>(2009-)는 사이먼 후지와라가 인류의 근친상간의 역사와 기원을 조사하면서 수집한 자료와 자신의 일본인 아버지와의 관계를 엮어 만든 이야기를 설치와 영상으로 선보인다. 작가의 개인사에서 시작하여 인류학적 관심사로 확장된 이야기는 박물관의 형태로 구축되며 이 박물관에는 근친상간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전시된다. 박물관 형태의 설치는 건축을 전공한 작가의 배경을 반영한다. 이 박물관에 전시되는 자료에는 성행위에 대한 사법 규제가 생긴 시기인 근대를 대표하는 유럽 인권재판소, 성적 행위에 대한 성서적 규제가 존재했던 중세 시대, 모계사회였던 고대 이집트의 근친상간에 대한 기록 등 근친상간에 대한 기록 등이 포함된다. 또한 사이먼 후지와라는 자신의 일본인 아버지와의 관계를 드러내는 이미지를 병치하여 인류와 가족의 이야기를 엮어낸다.
<재회를 위한 리허설(Rehearsal for a Reunion (with the Father of Pottery))>(2011-12)은 사이먼 후지와라가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던 일본인 아버지와 다도(茶道)로 재회한 이야기를 담은 설치와 영상작업이다. 다원적인 문화에서 성장한 작가는 영국인이면서 아시아에서 성장한 영국의 대표적 도공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에게 문화적 동질감을 느끼고, 일본에서 아버지와 재회할 때 리치의 도예 워크샵을 재연하였다. 부자(父子)의 재회가 이루어진 공간이 무대처럼 설치되고, 이들의 재회를 재연하는 연극을 만들기 위한 리허설 영상이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