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 킬 & 니나 바이어: 필드 트립
2023. 9. 1. – 9. 10.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
봅 킬 & 니나 바이어: 필드 트립
《필드 트립》은 퍼포먼스와 설치가 결합되어 있는 한국계 영국 작가 봅 킬과 덴마크 출신 니나 바이어의 퍼포먼스 전시이다. 바이어의 설치 작업 사이로 킬을 선두로 하는 퍼포머들의 안무가 매 시간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 매체로서 작동하는 몸이 ‘살아 있는 조각(living sculpture)’으로 제시된다.
런던 왕립예술대학에서 수학한 킬과 바이어는 움직이는 요소와 고정된 요소의 결합에 대한 공통된 관심사를 바탕으로 공동 창작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조각과 퍼포먼스의 융합을 시도하는 이들의 퍼포먼스 전시는 한편으로는 특정한 장소에 고정된 조각의 한계를 넘고자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움직이는 퍼포머의 몸들을 동기화하여 전시 설치 환경의 일부로 제시한다. 킬과 바이어가 제시하는 ‘살아있는 조각’이란 살아 있는 몸이 확장된 예술의 장에서 조각을 너머 전시 환경의 일부분으로 제시되며 경험되는 것이다.
전시장에는 가짜 테라코타 화분에 심겨진 6,000개가 넘는 꽃들로 구성된 바이어의 작업 〈필드〉가 설치되어 있다. 규칙적으로 배열되어있는 꽃들 사이로 공간을 가로지르는 길들이 패턴을 형성하고 있으며, 길을 걷게 되면 마치 무한한 깊이의 디지털 공간을 방황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필드〉는 경작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동일한 작물이 자라고 있는 밭처럼 같은 종의 꽃들이 펼쳐져 있다. 이 위로 킬의 퍼포먼스 〈트립〉이 진행된다. 킬과 함께 퍼포머들은 천천히 공간을 돌아다니며 발을 끌어 당기고, 제자리에서 걷고 정지하는 등 안무를 펼친다. 모두 일치하는 퍼포머들의 제스처들은 반복되는 꽃화분을 상기시키면서도 이들의 움직이는 몸은 정지되어 있는 꽃화분과 대비된다. 나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꽃이 천천히 변화하고, 점차 쇠퇴하게 되면서 일시적인 퍼포먼스와 고정된 조각의 개념을 뒤집는다.
전시 제목 ‘필드 트립’은 킬과 바이어가 전달하고자 하는 저의를 잘 함축하고 있다. ‘필드(field)’라는 단어는 농업 산업화에 동반되는 반복적인 노동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트립(trip)’은 여행과 환각 체험을 상징한다. 킬과 바이어의 작업이 합쳐졌을 때 실제 ‘필드 트립’이 갖고 있는 여행이라는 의미처럼 관람객은 일과 여가, 개인과 공동체, 역동성과 관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퍼포먼스는 매시 25분에 시작됩니다.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프리즈 서울 삼청 나이트 행사로 인해 2023. 9. 7. (목)에는 퍼포먼스가 15:00–22:00에 진행됩니다.
작가 소개
봅 킬과 니나 바이어는 각자의 개별 작업과 함께 때때로 정적인 것과 유기적인 것 사이를 오가는 각본 속에서 조각과 퍼포먼스를 융합한다. 사물과 행동의 문화적 코드를 파헤치는 킬과 바이어의 작품은 친숙한 수사법을 탐구하며 암묵적인 경제적, 대인 관계적 권력 구조를 드러낸다. 움직이지 않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하나로 합쳐지는 공생 속에서 조각적인 요소들은 퍼포머들의 숙주 또는 골격 역할을 한다. 해머 미술관(로스앤젤레스, 2022), 토르발센 뮤지엄(코펜하겐, 2021), KW 인스티튜트 포 컨템포러리 아트의 포고 바(베를린, 2019)와 같은 다양한 기관에서 협업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봅 킬
1975년 한국 서울 출생, 독일 베를린 거주
니나 바이어
1975년 덴마크 오르후스 출생, 덴마크 코펜하겐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