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투명하고 깨어 있는
2025. 5. 9. – 7. 20.
아트선재센터 더그라운드, 스페이스1
맑고 투명하고 깨어 있는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인 마드리드에 기반한 TBA21 티센보르네미사 아트 컨템포러리는 2025년 5월 9일부터 2025년 7월 20일까지 TBA21의 소장품 중심으로 구성한 전시 《맑고 투명하고 깨어 있는》을 개최한다. 추스 마르티네스(Chus Martínez)에 의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스페인 작가 10명의 작업을 소개하고, 양국간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예술을 통한 인간과 비인간의 연대와 회복 가능성을 탐색한다.
TBA21은 2002년 마드리드에 설립된 예술 재단으로 천여 점이 넘는 현대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전시,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시민 참여 활동을 아우르며 공동체와 환경에 변화를 꾀하는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맑고 투명하고 깨어 있는》은 컬렉션 중 초청 큐레이터 추스 마르티네스에 의해 엄선된 스페인 현대미술 작가 10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는 한국과 스페인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점들을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됐다. 두 나라 모두 반도 국가이며, 자본주의의 부상으로 민주화를 이뤘고,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농촌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스페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구전된 전통, 민속, 허구를 활용하여 기록된 역사와는 다른 서사를 펼치는 작가들이 선별됐으며, 이들의 작업을 통해 시간과 장소,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를 탐험하고자 한다.
이레네 데 안드레스는 마드리드의 만사나레스(Manzanares) 강의 오염과 회복의 과정을 영상에 그리며 도시화, 사라지는 풍경, 그리고 물의 힘에 대해 성찰한다. 주거 환경을 주제로 작업하는 디에고 델라스는 이번 전시에 하나의 거대한 거처의 파편처럼 기능하는 네 점의 회화를 소개한다. 타로 카드 혹은 부적을 상기시키는 작품에 등장하는 패턴과 질감은 지중해의 전근대 가정 내 문화 및 농촌 생활에서 가져왔으며, 기억되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크리스티나 루카스는 1912년, 기록상 최초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공중전이 인류에게 미친 파괴적인 영향을 탐구한다. 본 전시에서는 각각 이베리아 반도와 한반도에 폭격이 있었던 장소를 자수로 제작한 작품을 공개하며 스페인 내전과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환경에 새겨진 깊은 상처를 드러낸다. 레히나 데 미겔은 스페인 남부 광산 지역 리오틴토(Riotinto)의 다층적인 역사, 신화, 그리고 생태계를 탐구하는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더불어 데 미겔은 지구의 자원 채굴을 넘어 정복과 이주에 대한 새로운 상상의 영역으로서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를 다룬 벽화를 아트선재센터 전시장에 새로 제작한다.
아순시온 몰리노스 고르도는 스페인, 라틴 아메리카, 카리브해, 그리고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행해지는 고대 기상 예보 방식을 다루는 영상 작품을 통해 고대의 지식이 기후 위기를 헤쳐 나가는 도구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물을 저장하고 운반하는 데 사용되었던 다양한 도기들을 활용한 조각작품을 함께 선보여 오늘날 점점 사유화되는 물 공급 시스템에 의문을 던진다. 클라우디아 파제스의 영상에는 스페인 샤티바(Xàtiva)에 위치한 두 고대 저수조가 등장하며, 수 세기동안 그 위로 그래피티가 덧입혀진 모습을 그린다. 작가는 이를 통해 시간이 몸, 장소, 그리고 언어에 퇴적된 층위로 새겨지는지 현상을 조명한다. 벨렌 로드리게스는 월페이퍼 작업 위로 사진과 작가가 손수 제작한 의복을 함께 전시한다. 특히 의복은 로드리게스의 이전 작업에서 사용된 천을 천연 염색하여 직조함으로 인해 제작됐으며, 작가는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규칙성을 자연의 예측 불가능성에 빗댄다. 테레사 솔라르 아부드는 고래, 조개껍데기, 그리고 터널 굴진기의 형상에서 착안한 조각 작품을 소개인다. 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한 새로운 생명체와 같은 조각작품은 생물학적인 것과 기계적인 것, 신화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사이의 관계를 탐색한다. 다니엘 스티그만 망그라네는 관람객이 직접 커튼 사이를 통과할 수 있는 설치 작업을 공개한다. 관람객은 체인을 걷히거나 커튼 사이로 뚫려 있는 추상적인 모양의 틈 사이로 걸어갈 수 있으며, 우리가 소유하지 않는 공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알바로 우르바노는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과 스페인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ía Lorca)의 만남을 상상한 조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그라나다’는 가르시아 로르카의 고향으로 스페인어로 석류를 뜻하여 두 거장의 연결성을 드러내는 작품의 주요 모티프로 등장한다.
전시 제목인 ‘맑고 투명하고 깨어 있는’은 티베트의 수행자 닥포 타시 남걀(Dakpo Tashi Namgyal)의 명사서 『자성의 본래성을 밝히다(Clarifying the Natural State) 』에 나오는 구절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과 같이 문화적 연대감을 숙고하는 태도도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이번 전시는 인간과 자연의 역동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10명의 작가가 제시하는 작품을 통해 국가적·문화적 경계를 넘어선 상호 이해를 촉진하며, 함께 지구적 문제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문제의식과 질문들을 제시한다. 오프닝 위크인 5월 10일, 11일 양일간 관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풍성한 퍼블릭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TBA21 티센보르네미사 아트 컨템포러리, 아트선재센터
스페인 문화부, 스페인국가문화활동협회(AC/E), 스페인 국제개발협력기구(AECID), 주한 스페인 대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