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는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역설적 상황 속에서 ‘참된’ 비무장의 의미를 고찰하기 위해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조사와 연구를 지속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고자 하는 장기적 비전의 프로젝트이다. 2011년부터 시작되어, 2012년 DMZ 접경지역 중 철원의 안보관광 코스의 일부 시설을 전시장으로 활용함으로써 전시 형태로 구체화되었다. 2013년에는 크게 철원 DMZ 접경지역에서의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3: 보더라인》전과 서울 아트선재센터의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3: 프롬 더 노스》전으로 구성된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3: 프롬 더 노스》전은 분단 상황에서 우리에게 보여지는 북한의 모습과 함께 남한과 북한의 상대적인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지금은 갈 수 없고 다른 나라처럼 느껴지지만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우리의 또 다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을 다시금 생각해보고자 한다.

본 전시에서는 우리의 시각과 입장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북으로부터 온 다양한 이미지들을 담은 사진, 영상 작품들을 선보인다. 현재 남북의 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다소 경직된 상황이지만 지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햇볕정책’을 시도하면서 북한 방문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본 전시에는 이 시기에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을 방문하여 직접 사진으로 기록한 노순택과 백승우의 작업이 전시된다. 이들의 사진은 북한 당국의 검열을 통과한 것들인데, 북이 우리에게, 아니면 다른 이들에게 스스로를 어떠한 방식과 이미지로 드러내기를 원하는지 보여준다. 백승우의 <유토피아>는 북한에서 제작한 홍보용 사진을 디지털 이미지 조작을 통해 재구성한 것이고, <블로우 업>은 북한 당국의 검열에 의해 잘려 나가고 남은 사진을 확대하여 인화한 작업이다. 처음 찍을 때는 볼 수 없었던 디테일한 이미지들을 한데 모은 <블로우 업>에서는 북에서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와는 다른 정서를 만날 수 있다. 저널리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노순택의 <붉은 틀>은 “북한은 ‘감춤과 드러냄의 이중주’를 가장 화려하게 연주한다”라고 믿는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독일 사진가 아민 린케는 2005년 북한을 방문해 진행한 사진 작업과 남한 DMZ 전경 사진을 두 권의 책으로 소개한다. 이와 함께 남북 관계가 악화되어 남북의 방문 통로가 차단되었던 비교적 최근의 북한의 모습을 기록한 큐레이터 히로시 미나미시마의 사진도 전시된다.

백승우, 노순택, 아민 린케, 히로시 미나미시마가 북한에 직접 다뎌온 데 반해, 션 스나이더는 인터넷에서 발견한 이미지로 작업하였다. 미디어에 드러나는 북한 이미지를 살피는 그의 작업에서 우리는 키높이 구두를 신은 절대 권력자 김정일의 발을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미지에서 시작된 전시는 북한에서 탈출한 탈북인들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이어진다. 북을 탈출하여 중국을 거쳐 안전한 지역에 도착하기까지 탈북인의 험난한 여정을 다루는 치엔-치 창의 영상 작업과 탈북에 성공한 후 한국에 완전히 동화된 여러 탈북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윤수연의 작업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남과 북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다룬 작업들을 보여준다. 마그누스 배르토스의 <마담 & 리틀 보이>는 냉전 체제의 이데올로기와 최은희의 모습이 중첩되는 작업이다. 함양아는 북한이 남한의 관광객들에게 금강산 관광을 허가한 2005년 당시에 촬영된, 금강산 관광을 둘러싼 마부의 이야기를 다룬 <공산주의 관광>을 선보인다. 박찬경의 <파워 통로>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 도킹(docking) 장면과 북한이 파놓은 땅굴 모습을 나란히 놓은 영상과 텍스트, 그리고 이미지로 만들어진 설치 작업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부서진 항공기의 잔해처럼 보이는 문이 하늘을 향해 나있는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의 영상 <하늘로 가는 문>도 전시되는데, 이는 권력 혹은 힘이 갖는 한계와 파괴된 것이 갖는 회복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더 자세한 전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