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2024. 3. 8. – 5. 12.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 이수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는 오는 3월 8일부터 5월 12일까지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를 개최한다.
리너스 반 데 벨데는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는 순환적 내러티브를 탐구한다. 평행 우주이론에 관심이 많은 반 데 벨데는 이번 개인전에서도 자신을 찾아가는 작가 특유의 상상적 여행을 회화와 조각 그리고 영상으로 펼쳐 보인다. 전시에서 작가는 미술사를 가로지르며,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 등을 만나는 예술의 모험을 떠난다. 특히 마치 자신이 태양광선 아래서 자연을 그리고자 했던 20세기 초의 외광파 작가가 된듯한 ‘허구적 자서전’에 기반한 작업들을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되어 작가의 최근 작업 세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제목은 앙리 마티스가 그림 그리기에 가장 좋은 빛을 찾기 위해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났을 때 한 말을 인용한 반 데 벨데의 작품 제목 ‹나는 해와 달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2023)에서 가져온 것이다. 작가는 이 인용문을 여러 색의 빛으로 가득한 추상화 밑에 손 글씨로 써서 빛을 찾아 여행한 20세기의 야수파 화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한편 사실 자신은 실제로 떠나지 않고도 자기 집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이국적인 세계로 상상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작업관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작가의 대표 작업으로 잘 알려진 대형 목탄화와 오일 파스텔화, 색연필화를 비롯해 영상, 조각, 설치 작업을 망라해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같은 기간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에서 동시 진행된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파편화된 이야기가 무의식적인 꿈의 연속처럼 펼쳐지는 두 편의 영화를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된다. 영화 ‹라 루타 내추럴›(2019-2021)에서는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제목처럼 초현실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통해 자아의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고, ‹하루의 삶›(2021-2023)에서는 외광파 작가의 하루 동안의 여정을 그린다. 영화 속 주인공은 작가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쓰고서 작가의 도플갱어를 연기하며 가상과 실재, 모험과 일상,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며 저마다의 ‘하루의 삶’을 살아간다. 반 데 벨데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치들은 모두 작가가 작업실에서 목재와 골판지 등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실물 크기의 세트장과 골판지 자동차부터 미니어처 모형들까지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세트와 소품들을 전시장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이것들은 수공예 작업처럼 하나하나 공들여 제작되었음에도 취약한 재료와 만듦새를 일부러 드러내어 우리가 영화적 환영을 보고 있다는 점을 환기한다.
“외광파 회화에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내 현실과 가장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 중요한 것은 꿈과 욕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상상하여 상상의 풍경에 도달하거나 과거의 외광파 화가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것, 그 예술 운동을 이해하고 더 깊이 이해하려는 꿈과 욕망이다.”
—리너스 반 데 벨데, 작가 인터뷰에서 발췌.
스페이스 이수에서는 상상의 여행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되는 영화 세트이자 조각인 ‹소품, 터널›(2020) 외에도 공상을 하고 영감을 얻는 자리이자 여러 평행우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인 빈 침대를 그린 차콜 드로잉 그리고 탐험가, 예술가 등의 실존 인물들의 전기에 기반해 ‘허구적 자서전’을 담은 오일 파스텔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반 데 벨데의 최근의 오일 파스텔화는 인상주의나 표현주의 같은 20세기 초의 외광파 작가들과 상상의 대화를 나누고 상상의 풍경을 그린 것들이다. 반 데 벨데가 많은 미술 사조들 속에서도 외광파를 주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빛과 자연을 찾아 작업실 밖으로 나간 외광파 작가들이 작업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자신과는 가장 다르기 때문이다. 외광파 화가들이 밖으로 나가서 실제로 보고 겪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면, 반 데 벨데는 작업실 안 안락의자에 머물며 상상의 여행을 하고 상상의 풍경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는 외광파 작가로서의 반 데 벨데가 그린 하늘, 바다, 호수, 숲, 들판 풍경화들로 가득 찬다.
“상상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재능이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무언가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공상은 강력한 도구이며 우리가 현실을 성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리너스 반 데 벨데, 작가 인터뷰에서 발췌.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는 상상과 현실, 가짜와 진짜, 미술과 언어 등이 충돌하며 긴장을 일으키고 또 서로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삶과 예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다면적 시야를 열어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때로는 터무니없는 공상 같고 때로는 진지한 예술적 고민을 담은 작가의 내적 모험에 동행함으로써 우리의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상상력의 무한한 힘을 함께 시험해 보기를 바란다.
한편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 이수, 전남도립미술관이 함께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5월 말 전남도립미술관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작가소개
리너스 반 데 벨데(b. 1983)
리너스 반 데 벨데는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가상과 실제, 평행우주 안의 무한한 개연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작가는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 사진, 매체에서 클리핑 한 이미지나 역사적 인물의 삶에 대한 기록 등 일차적 사료를 기반으로 각 작품 속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한다. 실제적 사건들과 상상력 속에서 혼합된 가상의 이야기는 픽션과 논픽션의 영역을 오가며, 작가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의 모태가 된다. 특히, 작가와 유사한 용모의 인물이 등장하는 작업은 도플갱어, 평행우주 개념을 작품 세계에 끌어들이며 회화의 확장성을 모색한다.
리너스 반 데 벨데는 벨기에 앤트워프에 거주하며 작업한다. 2006년 신트 루카스 앤트워프(Sint Lucas Antwerpen)와 2010년 겐트의 HISK(Hoger Instituut Voor Schone Kunsten)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벨기에 보자르(BOZAR, Brussels, 2022), 스위스 루체른미술관(Kunstmuseum Luzern, 2021), 프랑스 FRAC 페이드라루아르컬렉션(Frac des Pays de la Loire, Nantes, 2021), 스페인 말라가현대미술관(Centro de Arte Contemporáneo Málaga, 2020) 등이 있다. 작가의 작품은 벨기에 S.M.A.K.(Stedelijk Museum voor Actuele Kunst), 벨기에 앤트워프현대미술관(M HKA), 벨피우스컬렉션(Belfius Art Collection), 벨기에왕립미술관(Royal Museums of Fine Arts of Belgium), 네덜란드 헤이그미술관(Kunstmuseum Den Haag), 네덜란드 보르린덴미술관(Museum Voorlinden), 스페인 말라가현대미술관(CAC Málaga) 등지에 소장되어 있다.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도록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는 전시와 작가의 작업을 다룬 김나정, 김선정, 김장언, 티몬 칼 칼레이타의 글과 작가의 작업 세계에 관해 면밀히 살필 수 있는 리너스 반 데 벨데와 조희현의 대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