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의 방: 한국과 중동의 남성성
2014. 12. 19. – 2015. 1. 25.
아트선재센터
그만의 방: 한국과 중동의 남성성
IMF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담론의 공간이 현저하게 축소되었다. 그러나 젠더의 영역에서만은 인권과 평등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첨예하고, 실험적이며, 실천-지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성과 성적 소수자 뿐만 아니라 남성 또한 자신들의 권리와 공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가운데 아버지의 부재, 모계사회의 부활, 남성의 위기라는 말이 유행하고, TV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남성뉴스, 남성인권회복위원회 등 남성의 역차별을 희화하는 고정섹션을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성연대 회원들은 거리로 나가 남성에 대한 차별의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일부 남성은 여자도 군대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의 방>은 흔히 가부장적인 사회의 전형으로 인식되는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현상에서 출발한 전시이다. 그러나 참여작가의 출신지역을 한국으로만 제한하지 않고, 터키, 이라크, 오만,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지역으로 확장한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성중심주의적인 사회로 알려진 중동지역 작가들이 남성을 표상하는 방식이 한국사회의 남성 담론에 내재된 문화, 정치, 사회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전시는 두 지역의 학문과 예술의 변방에 머물고 있는 남성성에 대한 논의를 자극함으로써 경제적인 교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양측의 문화예술적인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1929)>에서 차용한 전시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이 전시는 남성성에 대한 논의들이 상당부분 페미니즘이 이룩한 성과에 기대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들은 남성, 여성, 게이, 레즈비언 등 각자의 정체성에 상관없이 성적인 존재로서의 남성보다는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남성과 정치적인 장으로서의 남성성에 주목하면서 남성에 대한 논의가 여성의 인권에 대한 논의와 어떠한 방식으로 맞물릴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