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눈 크게 감고, 로맨싱 더 스톤

김홍석(1964–)

눈 크게 감고, 로맨싱 더 스톤

<눈 크게 감고(Eyes Wide Shut)>(2001-2002)와 <로맨싱 더 스톤(Romancing the Stone)>(2001-2002)은 압도적인 빛을 소재로 한 작업으로 관습적인 미술 제작과 감상 방식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미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도록 한다. <눈 크게 감고>는 40제곱미터의 하얀 방에 8,000와트에 달하는 강력한 광량의 조명등을 설치해 방에 들어선 사람이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작업이다. 작가에 의하면 이 작품은 “시지각(視知覺)에 대한 것이며, 믿음에 대한 것이며, 역사에 대한 것이며, 문화에 대한 것이며, 테크놀러지에 대한 것이며, 신에 대한 것이며, 희롱에 대한 것이며, 그리고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8,000와트의 조명 아래로 들어간 관람객은 너무도 밝은 빛으로 인해 모든 것이 더 잘 보이기도 하고 혹은 한순간 눈이 멀 듯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공간은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기보다 느끼게 되는 공간이고, 느끼는 순간 생각이 많아지는 공간”이 된다. <로맨싱 더 스톤>은 높은 좌대 위에 조각 작품 대신 강력한 조명을 올려놓은 작품이다. 원래 작품을 올리는 좌대는 “미술품을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주는 편리함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주변 환경으로부터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독립적 위엄”을 지니며 “심지어 전기에 의한 조명은 그 권위를 더욱 돋보이게” 함으로써 미술 전시에 꼭 필요한 요소다. <로맨싱 더 스톤>은 “단지 더욱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조각을 투명하게 만들고, 그 조각 내부에 조명을 설치한 작업이다. 이 모두는 “조각대 위의 조각을 잘 보이게 노력한 훌륭한 의도”에서 비롯되었으며 “심지어 그 작품 주변에서 화장을 하거나 책을 읽기에도 아주 좋을 뿐 아니라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눈 크게 감고>와 <로맨싱 더 스톤>은 작품을 잘 보이도록 돕는 보조 장치인 조명과 좌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작품을 비추던 빛을 작품 자체로 치환해 빛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관한 미술의 역사와 공식을 전복한다. 작품의 소장 방식 또한 미술관에서는 물질적인 작품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빛을 소장하게 된다. 더 잘 보려는 시도로 만들어졌다는 이 작업들은 오히려 우리의 눈을 감도록 혹은 멀도록 만들어 시각적 지각을 어렵게 함으로써 시각예술인 미술을 비시각화하는 대신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던 미술의 정의를 새롭게 생각해 보도록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에 눈뜨도록 한다. <눈 크게 감고>와 <로맨싱 더 스톤>은 《5: 아트선재 소장품》(2003-2004)전에서 소개되었다. (*김홍석, 작가 노트, 「5: 아트선재 소장품」 리플릿(서울: 아트선재센터, 2003))

김홍석(1964–)

김홍석은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그는 개념미술가로 알려져 있으며 서구 모더니티의 유입 후 한국의 사회, 정치, 문화적 이슈를 번역과 차용으로 소재화하여 조각, 회화, 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비판한다. 그의 작업은 우회적인 비판과 유희를 담아내며 예술 안의 위계와 노동의 윤리에 대해 고찰한다. 최근의 주요 개인전으로는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국제갤러리, 2024), 《속옷을 뒤집어 입은 양복과 치마를 모자로 쓴 드레스》(스페이스 이수, 2023), 《많은 사람들》(부산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 2023), 《좋은 노동 나쁜 미술》(삼성미술관 플라토, 2013), 《평범한 이방인》(아트선재센터, 2011) 등이 있다.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서울시립미술관, 2023), 《나의 잠》(문화역서울284, 2022), 《2019 타이틀 매치: 김홍석 vs. 서현석 ― 미완의 폐허》(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9), 《변용하는 집》(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2018), 《달의 이면》(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7), 오쿠노토 트리엔날레(2017), 난징 국제 아트 페스티벌(2016),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14), 광주비엔날레(2012),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모리미술관, 2013), 《올해의 작가상 2012》(국립현대미술관 2012), 리옹 비엔날레(2009), 베니스 비엔날레(2005, 2003) 등 다수의 단체전과 국제전에 참여했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상명대학교 무대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