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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황규태(1938-)
놀이
<놀이(Joy)>(2001)는 컴퓨터 모니터나 TV 화면, 문구용 스티커 라벨 등을 4×5의 큰 판형으로 찍어 사람 키보다 더 큰 크기로 확대한 컬러 사진 연작이다. 마치 아이들의 ‘놀이’처럼 유희적, 반복적, 극단적으로 확대된 이미지는 원래 찍은 사물이나 대상이 무엇이었는지 알기 어렵지만, 대신 인간의 눈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던 디지털 이미지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게 한다. <놀이>는 정교한 스트레이트 사진이면서도 ‘선택’과 ‘확대’를 통해 익숙한 현실을 비현실적이고 낯선 것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예기치 못하게 발견한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시지각적 한계를 넘어서 카메라 렌즈로 포착한 디지털 세계는 구상적 재현의 흔적이 사라지고 강렬한 색채와 기본적인 형태의 순수 조형 요소로만 이루어진 색면 추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눈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밝히고자 하는 자신의 과학적 관심에 의해 모니터의 픽셀들을 찍고 확대 인화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그의 작업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놀이”와도 같다.* 황규태 작가는 1970년대 초기 작업부터 사진 매체의 형식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실험적 작업을 선도했다. 그는 당시 새로운 테크놀로지였던 컴퓨터, 스캐너, 포토샵을 사진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미지의 확대나 조작을 기꺼이 즐기며 이미지 실험을 이어 왔으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미술 언어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한다. <놀이> 연작은 황규태 작가의 개인전 《현대 사진》(2001.11.24-2002.2.24)에서 소개되었다. (*김현진, 「황규태 사진 ― 즐겁고 경이로운 이미지의 세계」, 『황규태: 현대 사진』(서울: 아트선재센터, 2001), 6쪽.)
황규태(1938-)
황규태는 193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63년부터 1965년까지 경향신문 사진기자로 활동했고, 1984년부터 1992년까지 미주 『동아일보』 대표를 역임했다. 1950년대 말부터 독자적으로 사진을 연구하면서 사진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고, 196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컬러 현상소에서 암실 기사로 일하며 다큐멘터리 흑백 사진 작업을 했다. 1980년대부터 컴퓨터와 스캐너, 포토샵 등의 새로운 디지털 장치와 디지털 이미지에 관한 관심으로 디지털 몽타주, 콜라주, 합성 등의 다양한 매체 실험을 이어 갔다. 1990년대부터는 이미지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픽셀’을 소재로 기하학적 이미지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시각적 유희를 탐구하는 ‘픽셀’ 연작을 선보였다. 1973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황규태 포토그래피》(금호미술관, 1998), 《현대 사진》(아트선재센터, 2001-2002), 《황규태, 1960년대를 만나다》(국립현대미술관, 2005), 《사진 이후의 사진》(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4), 《블로우 업 아메리카(bLow UP aMeriKa)》(한미사진미술관, 2016), 《다양다색 60년》(아라리오갤러리 천안, 2023)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한국현대사진 60년 1948-2008》(국립현대미술관, 2008), 《사진의 기술》(국립현대미술관, 2014), 제5회 부산국제사진제 《인류세 Ⅱ(Anthropocene II_See Our Planet)》(F1963,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주요 사진집으로 『계절의 문장』(1993), 『원풍경』(1994), 『블로우 업』(2003), 『황규태』(2005), 『블로우 업 아메리카(bLow UP aMeriKa)』(2016), 『비포 블로우 업(Before Blow Up)』(2024) 등이 있다. 2018년 제17회 동강국제사진제 동강사진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