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그곳에 있었다
이수경(1963–)
그곳에 있었다
<그곳에 있었다(You Were There)>(2015-현재진행중)는 분쟁 지역에서 채집한 돌과 바위를 한국의 전통 불상 제작 기법을 사용하여 24K 금박으로 덮어 구성하는 연작이다. 작가는 돌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고대에는 큰 바위가 아주 신성하게 여겨졌고, 그것을 중심으로 많은 종교적인 의식들이 행해졌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바위나 돌들은 도시화의 장애물로 여겨져서 모두 제거되었다. 결국, 도시는 돌들이 사라진 평평한 땅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위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지금까지 지구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매우 신비롭고 매력적인 소재이다.”* 한편, 돌을 금으로 덮는 방식은 불상을 금으로 덮는 데서 착안했는데,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 그 몸에서 퍼져 나온 후광의 오묘한 색채가 황금의 빛과 가장 흡사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금으로 돌을 덮으면 돌에 기록된 시간들이 더 두드러지게 되고, 이는 마치 시간의 결정체를 보는 것 같다”고 여긴다. 이는 “마치 금으로 입힌 불상처럼 어떤 존재의 변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가는 큰 바위나 돌을 금으로 덮는 작업을 통해 남북이 통일되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원을 불어 넣는다. <그곳에 있었다>는 기나긴 시간을 통과하며 수많은 분쟁과 고통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 목격자이자 늘 그곳에 있었던 돌에 깨달음을 선사하는 금불상처럼 금빛 옷을 입히고 우리의 오랜 염원을 담아낸다. <그곳에 있었다>는 2015년 작가가 발견한 두 개의 돌에 전통 방식으로 금박을 입힌 것을 시작으로, 평화문화광장에 철원과 전라남도 해남 그리고 제주도의 돌을 설치한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8》(2018), 남아프리카 공화국 니록스 조각 공원에서의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21 ― 오차범위》(2021), 일본 쇼도시마섬에서의 《세토우치 트리엔날레》(2022) 등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시작된 작업을 세계 곳곳에서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아트선재센터 한옥 앞에 설치된 작업은 현재 전시 중이다. (*이수경, 작가 노트,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8」(서울: 스페이스 포 컨템포러리 아트(유), 2018), 38쪽.)
이수경(1963–)
이수경은 서사적 상상력과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설치, 조각, 퍼포먼스, 비디오, 회화,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확장해 나간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서울에서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고대 신화나 설화에서 얻은 영감과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연결하여 과거와 현재, 생명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 세속과 신성, 개인과 타자, 사회와 제도, 다양한 문화 등을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깨진 도자기 파편들을 에폭시와 금으로 연결하여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번역된 도자기’ 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의 주요 개인전으로 《이동식 사원》(세르누치 미술관, 2023), 《달빛 왕관》(아트선재센터, 2021), 《먼길 이야기》(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1), 《위스퍼 온리 투 유》(카포디몬테 미술관, 2019), 《이수경: 동시대 한국 조각》(아시아 소사이어티 텍사스 센터, 2015), 《믿음의 번식》(아뜰리에 에르메스, 2015), 《내가 너였을 때》(타이베이 현대미술관, 2015) 등이 있다. 《몬스트러스 뷰티》(메트로폴리탄 미술관, 2025),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 《비바 아르테 비바》(2017), 제6회 광주비엔날레(2016), 제18회 시드니 비엔날레(2012), 밴쿠버 비엔날레(2009), 제5회 리버풀 비엔날레(2008) 등 다수의 단체전과 국제전에 참여했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