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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이런 킴(1961- )

한 점 부끄럼 없기를

<한 점 부끄럼 없기를>(2000)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바이런 킴의 8폭 병풍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0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코리아메리카코리아(KOREAMERICAKOREA)》(2000.5.27. – 8.6.)전에서 한옥의 장소 특정적인 작업으로 제작하여 전시했다. 작품의 제목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의 한 구절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에서 차용했다. 「서시」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의 전통적인 실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병풍의 재료인 한지의 재질과 특정한 색채를 탐구한 신작을 선보였다. 그는 8폭 한지 병풍 양면에 하늘색과 먹색을 이용하여 각각 낮과 밤의 하늘을 표현했고 한옥이라는 전시 공간에 맞추어서 작업했다. 작품 곳곳에 보이는 미완성된 부분은 요절한 시인의 짧은 생을 반영한 것이다. 작가는 표면적으로는 병풍의 재료인 한지의 질감과 특정 색채를 연구하면서 모노크롬 추상 회화 형식으로 표현했지만 내용상으로는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난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기억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을 그렸다. 윤동주의 시가 하늘, 바람, 별과 같은 초월적인 언어를 통해 정치적인 현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면 바이런 킴은 초월적인 시각언어를 통해 피부색, 어린 시절의 기억, 사회적인 갈등과 같은 개인적인 주제를 그려낸다. 작가는 시상의 중심에 있는 ‘하늘’이라는 소재를 한국 고유의 한지 병풍 위에 순수한 색채의 언어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 안에 온전히 한국인도 미국인도 되지 못하는 경험에서 우러난 고유의 정체성에 관해 고민하면서 사회적인 관계를 배합하는 작업을 했다. 그는 시간과 공간에 관해 연구하고 결국에는 전시가 열리는 공간의 장소성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글: 천수원)

바이런 킴(1961- )

바이런 킴은 미국 캘리포니아 라호야 태생으로 뉴욕 브루클린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그는 모노크롬 회화의 형식과 함께 개인의 경험과 기억, 인종문제를 다루며 동시대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그는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을 은유한 <제유법(Synecdoche)>(1991- ) 연작으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작가 특유의 조형 언어는 2001년부터 매주 일요일의 하늘과 일기를 동일한 크기의 소형 캔버스에 기록한 <일요일 회화(Sunday paintings)>(2001-) 연작에서도 나타난다. 작가는 예일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Whitney Phillip Morris: Wall Drawings by Byron Kim》(휘트니미술관, 1999), 《Threshold》(버클리 미술관, 2006), 《Pond Lily Over Mushroom Cloud: Byron Kim Adapts the Black on Black Cosmology of Maria Martinez》(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 2015), 《The Sunday Paintings》(클리브랜드 현대미술관, 2019) 등의 주요 개인전을 개최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2017년 구겐하임 재단 펠로우십의 순수미술 부문(Fine Arts Guggenheim Fellowship)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2019년 로버트 드 니로 시니어 상(Robert De Niro, Sr. Prize), 2022년 스코히건 회화 부문 훈장(Skowhegan Medal for Painting)을 수상했다. 또한 예일대학교 미술학부의 선임 비평직(senior critic)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