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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서의 장례

제인 진 카이젠(1980-)

이 질서의 장례

<이 질서의 장례>(2022)는 영화적인 서사와 극적인 연출을 통해 기존과 차별된 장례 의식을 보여준다. 장례 행렬이 관을 들고 폐허가 된 제주도의 한 리조트에 다다르면 한국의 민속적 존재인 도깨비들이 출몰한다. 도깨비들의 움직임에 따라 바람이 불고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다. 엄숙한 장례 의식은 질서를 전복하는 혁명의 분위기로 변모한다. 행렬의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이 외친다. “우리는 죽음을 애도하며 당신들의 세계를 규탄한다. 우리를 속박하는 분리의 경계들을 타도하라. 이 토대를, 질서를, 각본을 타도하라.” 그리고 참여자들은 관복을 벗어 던진다. 관습적으로 운구가 남성들에게만 허용되었던 것과 달리, 영상 속에서는 음악가, 예술가, 시인, 활동가, 환경운동가, 퀴어, 트랜스젠더, 이주민들이 모두 다 함께 참여했음이 밝혀진다. 이들은 관구를 내동댕이치고 궤 속에 수직적인 모양으로 꿰어 있던 실을 풀어 헤친다. 그리고 수평으로 실을 다시 매듭지어 나란히 들고 행진한다. 장례 의식, 상복과 관으로 은유 되는 억압적인 분위기는 세대, 젠더, 계급을 초월한 이들을 통해 전복된다. <이 질서의 장례>는 덴마크 뉴 칼스버그 재단(The New Carlsberg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아트선재센터에 소장되었으며, 아트선재센터 김선정 예술감독의 기획으로 비엔나 제체시온(Secession)에서 개최된《그림자의 형상들》(Forms of the Shadow, 비엔나 제체시온,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 2024. 9. 20. – 11. 17.)에서 상영된 바 있다. (글: 유승아)

제인 진 카이젠(1980-)

제인 진 카이젠은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이후 한국과 덴마크를 오가며 작업한다. 작가는 시적 언어와 퍼포먼스, 다큐멘터리의 영상 문법을 결합한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공동체의 기억과 개인의 사적 경험을 교차한다. 역사적인 사건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며 사회적으로 억압받았던 존재들이 공동체 의식을 통해 회복, 치유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주요 개인전으로는《Burial of This Order》(티피더블유 갤러리, 2024), 《Parallax Conjunctures》(디트로이트 미술관, 2021), 《Community of Parting》(쿤스트할샤를로텐부르크, 2020) 등이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2024), 타이베이시립미술관(2023), 제주비엔날레(2022), 팔레 드 도쿄(2020),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2019), 서울시립미술관(2017), 리움미술관(2016),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15), 리버풀비엔날레(2012) 등의 단체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2017년, 고향 제주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을 학제적 연구와 제주 샤머니즘을 통해 탐구한 개인전《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2021. 7. 29. – 9. 26.)을 아트선재센터에서 선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