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사이보그

이불 Lee Bul(1964- )

사이보그

이불의 <사이보그> 연작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이보그들의 낯익은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사이보그는 완전한 모습이 아닌,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거나 팔다리가 없는 비정상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사이보그의 초기 재료인 실리콘은 여성들의 성형수술을 위한 인체 보형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도 이상적인 몸매에 대한 여성의 열망이나 이를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신체를 대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유기체로서의 신체, 기관 없는 신체에 대한 논의를 유도한다. 머리와 한쪽 팔다리가 없이 허공에 매달린 사이보그의 모습은, 인체를 보완하고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열어줄 것처럼 보이는 테크놀로지의 완벽성이라는 신화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그녀의 사이보그들은 서양미술사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여성의 이미지, 예를 들어 ‘비너스’나 ‘올랭피아’ 등과 같은 여성의 원형적 이미지를 따르고 있다. 사이보그에 이러한 초시간적이고 도상학적인 여성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과연 테크놀로지를 지배하고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러한 힘을 통해 어떤 종류의 이미지와 생산물, 그에 부수되는 이데올로기들이 생산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이보그> 연작을 비롯하여 그녀의 작업들은 신체에 관한 이불 고유의 담론과 수공예적인 섬세한 방법이 상기시키는 여성성을 그 화두로 삼고 있다. 이러한 그녀의 작업은 초기 작업과 지속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예술과 문화, 기술,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지탱하고 있는 부계적 사회계급구조에 대한 재고를 유도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의 전복을 꾀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 작업은 1998년 《이불》(1998.10.16-11.15)전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이후, 해외 유수 전시에 집중적으로 소개되었다. 2016년 《커넥트 1 : 스틸 액츠》(2016.08.27-11.20)에서도 전시되었다.

이불 Lee Bul(1964- )

이불은 설치와 조각, 퍼포먼스 등을 통해서 남성중심적인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며, ‘다른 목소리’를 만들었다. 동양 여성의 신체적 한계와 문화적 선입견에 저항하며 촉수가 달린 과장된 의상을 입고 거리를 다니거나, 새로운 신체를 꿈꾸는 사이보그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불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게된 결정적인 작업은 1997년 뉴욕 모마에서 선보인 작업, <장엄한 광채(Majestic Splendor)>이다. 이 작업은 날 생선 98마리에 아름다운 비즈, 시퀸, 스팽클 등으로 장식하고, 각각 투명 비닐봉지에 밀봉하여 전시한 것이다. 생선은 점차적으로 아름다운 장식과 더불어 부패하고, 악취는 미술관이라는 권위의 장소에 퍼저나간다. 이 작업은 여성, 죽음, 소멸 그리고 파괴라는 다양한 알레고리를 함축한다. 이후 작가는 개인과 사회 및 역사를 성찰하고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통해서 인류가 꿈꾸었던 유토피아에 대한 새로운 탐구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