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우산들
크리스토(1935-2020), 잔 클로드(1935-2009)
우산들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의 <우산들>(1984-1991)은 일본 이바라키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골짜기에 우산 총 3,100개를 나누어 설치했던 장소특정적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작가들은 높이 6미터, 지름 8.66미터의 우산들을 제작했는데, 평균적인 이층집 높이의 이 우산들을 두고 “벽이 없는 집”이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전시 기간 중 작업 가까이 다가가거나 우산 아래쪽의 플랫폼에 앉아서 쉴 수도 있었다. 작가들은 설치 장소의 특성에 따라 우산의 색상을 결정했다. 물이 풍부해 식생이 푸르게 자라는 일본의 부지에는 파란색 우산이, 광활하고 건조한 미국의 목초지에는 갈색 언덕을 뒤덮은 금색 풀에 어울리는 노란색 우산이 선택되었다. 1,340개의 파란 우산들은 약 19킬로미터에 걸쳐 배치되었는데, 때로는 논의 기하학적인 무늬를 따라 놓이거나 아랫부분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반면 1,760개의 노란 우산들은 약 29킬로미터의 골짜기에 보다 자유롭게,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 두 골짜기에 각각 설치된 작업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각 장소에서의 삶의 방식을 드러냈다. 1991년 10월 9일부터 10월 27일까지 전시가 두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동안 일본에서 50만명, 미국에서 200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현장을 찾았다. 설치되었던 우산들이 철수된 이후 우산에 사용되었던 재료들은 분해되어 대부분 재활용되었고 작업이 있었던 부지는 원래 상태로 복구되었다. 아트선재센터는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었던 지역의 항공 지도, 예상 설치 전경의 드로잉, 그리고 프로젝트에 실제로 사용되었던 천 샘플을 소장하고 있다. (글: 정해린)
크리스토(1935-2020), 잔 클로드(1935-2009)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는 1935년 각각 불가리아와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났으며, 주위 경관에 개입하는 설치 작업으로 유명한 부부 미술가이다. 이들은 작업의 재료로 천을 즐겨 사용하는데, 베를린의 독일 국회의사당이나 파리의 퐁네프 다리와 같은 공공 건축물의 외부를 천으로 감싸 포장하기도 하고, 자연 풍경 속에 천을 펼쳐두거나 천으로 된 구조물을 배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들은 스스로의 작업을 “대지 미술”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를 자신들은 버려진 땅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자신들은 도시와 자연환경 속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환경 미술가”라는 명칭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작업은 특정한 장소와의 관계 속에서 일시적으로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장소특정적이다. 아울러 작업의 설치를 위해 동의를 구하고 협상하여 실제로 구현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개입한다는 특징이 있다. 작가들은 작업에서의 전적인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후원을 거부하고, 대신 작업 준비 단계에서의 드로잉, 콜라주, 리소그래프 원본 등을 판매하여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 전액을 직접 조달하였다. 2009년에는 잔 클로드가, 2020년 크리스토가 세상을 떴다. 작가들 생전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파리 개선문을 포장하는 프로젝트가 2021년 그들의 뜻을 따라 사후에 실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