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시민의 숲

박찬경(1965-)

시민의 숲

<시민의 숲>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이데올로기와 정치의 희생양이 된 민중들(시민들)을 기리는 흑백의 3채널 영상이다. 3개의 화면은 때로는 개별적으로, 때로는 하나의 긴 파노라마 화면으로 합쳐진다. 이는 작가가 동양화의 근경과 원경이 한 폭에 담겨있는 다시점 표현법을 다채널 미디어로 구현한 것으로, 두루마리와 같이 펼치면 길어지는 동양 산수화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되는 각 화면에는 한복에 짚신을 신은 사람, 군복을 입은 남자 등 각 시대를 상징하는 듯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등장해 유령처럼 숲을 헤맨다. 이는 1980년대 민중미술 화가 오윤의 미완성작 <원귀도>(1984)에 등장하는 이미지로, 한국전쟁, 동학농민운동 등의 사건에서 희생된 자들이 해골의 형상으로 행진하는 것을 차용한 것이다. 이들은 종이꽃이 가득 든, 짚으로 만든 배를 들고 행진하는 학생들과 조우한다. 학생들의 행진은 꽃상여를 든 장례 행렬을 연상시키며, 이후 짚으로 만든 배가 불타며 강에 가라앉는 이미지는 작가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을 애도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의 사건과 세월호 사건을 병치하며 다수의 민중이 희생된 참사가 현재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아트선재센터에서 제작 지원한 커미션 작품으로 2016 타이베이 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에도 소장되어 있다. (글: 최서영)

박찬경(1965-)

박찬경은 대한민국 서울 출생으로, 한국의 근현대사와 전통이라는 주제에 천착해 온 영화감독이자 사진가, 미디어 아티스트다. 한국은 일제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 한국전쟁, 분단, 군부 독재, 민주화운동 등 혼란과 격동의 근대화 과정을 거쳤다. 박찬경은 이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터부시 되어온 소재인 분단과 냉전을 다루며 의도적으로 억압된 공동의 기억을 역사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또한 작가는 잊혀진 한국 전통 종교에 대한 영상 작업인 <신도안>(2008) 이후, 한국의 무속 신앙과 무당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만신>(2014)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박찬경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에르메스 미술상》(2004.10.23.-2004.12. 5.), 2019 아이치 트리엔날레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형제 박찬욱 감독과 함께 성과 돌림자를 딴 프로젝트팀인 ‘파킹찬스(PARKing CHANce)’로 활동하며 2인전 《파킹찬스2010-2018》(국립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2018)를 가졌다. 박찬경은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하고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시리즈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2014년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의 예술감독으로 《귀신, 간첩, 할머니》를 기획한 바 있다. 박찬경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홍콩 M+, 프랑스 낭트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