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소나무 시리즈 A

배병우(1950–)

소나무 시리즈 A

〈소나무 시리즈 A(Sonamu Series A)〉(1992–1997)는 경주 남산의 소나무 숲을 한 폭의 수묵 풍경화처럼 담은 흑백 사진 연작이다. 1983년부터 한국을 상징하는 소재로서 소나무를 주목한 배병우는 ‘소나무 작가’로 불릴 만큼 소나무 사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나무는 한반도 산림의 가장 넓은 분포 면적을 차지하는 나무이기도 하지만, 강인한 생명력과 변치 않는 푸르름으로 한국 민족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서 나타나 왔다. 한국성의 탐구에 천착한 작가는 소나무를 한국적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표상이자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로 보고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표현한다. 〈소나무〉 연작은 한 그루의 소나무만 주인공처럼 나서는 것이 아니라 각양각색의 모습을 한 여러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을 통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저마다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카메라로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는 해질녘 혹은 해뜨기 직전에 주로 촬영을 진행하여 “빛에 의해 변화하는 시간”을 카메라로 포착하고자 한다. 해지기 직전 혹은 해뜨기 직전의 어스름한 빛 속에서 전경의 소나무들은 어두운 톤과 거친 질감으로 강인하게 두드러져 보이고, 그 사이로 보이는 원경의 소나무들은 다채로운 흑백 톤으로 펼쳐져 마치 숲속에 들어선 듯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동양적 사유에서 비롯된 〈소나무〉 연작은 우리나라의 산수를 소재로 하면서도 실경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빛과 구도의 재구성을 통하여 소나무 숲의 생동하는 기운과 사색을 위한 관조적 풍경을 전하고자 한다. 그래서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은 우리가 익숙히 아는 소나무 숲의 모습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낯설고 초현실적인 꿈의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나무〉 연작은 경주 아트선재미술관과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의 《느림》(2000.1.28–3.5)전에서 소개되었고, 한국과 호주의 교환전으로 기획된 전시는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미술관과 시드니의 뉴 사우즈 웨일즈 미술관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배병우(1950–)

배병우는 전남 여수 출생으로 홍익대 미대 응용미술학과와 동 대학원 공예도안과를 졸업했다. 독학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고 라즐로 모홀리 나기(László Moholy-Nagy, 1895–1946)와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 1886–1958)의 사진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1970년대부터 바다와 산으로 여행을 다니며 바다, 섬, 소나무, 제주 오름 등 한국의 자연이나 종묘, 창덕궁 같은 한국의 공간을 소재로 작업한다. 붓 대신 카메라로 그림을 그린다는 배병우 작가는 한국 현대 사진이 재현의 도구에서 벗어나 예술적 표현 도구로 인식되도록 하는 데 앞장섰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시스케이프스(Seascapes)》(관훈갤러리, 1982), 《배병우》(아트선재센터, 2002), 《배병우》(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2006), 《배병우》(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2009), 《배병우 ― 섬과 숲 사이》(광주시립미술관, 2015), 《배병우 ― 풍경 속에서》(생테티엔 현대미술관, 2015) 등이 있다. 2007년 스페인 정부의 초청으로 알람브라 궁전의 정원을 2년간 촬영하여 알람브라 궁전과 덕수궁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를 열었고,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한 프랑스 샹보르 성에서의 개인전(2015–2016), 이탈리아 빌모트 재단에서의 개인전(2022) 등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풍경을 넘어서》(소나무 갤러리, 1991), 《90년대 한국미술》(일본 국립근대미술관, 1996), 《디프로스트》(경주 아트선재미술관, 1998), 《느림》(아트선재센터, 2000), 《현대사진가 5인: 먹·빛 풍경》(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6),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009),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6)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주요 작품집으로 『종묘』(1998), 『청산에 살어리랏다』(2005), 『Sacred Wood』(2008), 『창덕궁: 배병우 사진집』(2010), 『빛으로 그린 그림』(2010) 등이 있다. 1981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2016년 이중섭미술상과 2017년 프랑스 정부에서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장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