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블리딩7
우한나(1988-)
블리딩7
우한나의 <블리딩7>(2023)은 생장 주기가 끝난 호접란이 바닥에 떨어진 모습을 형상화한 패브릭 조각이다. 이 작업은 여성의 생식기를 연상시키는 <블리딩> 연작 중 하나로, 작품마다 각기 다른 색상과 질감, 크기로 만들어져 자연의 힘과 생명 주기, 여성의 신체와 내면이 가진 다양성을 탐구한다. <블리딩7>은 부드럽고 유연한 재료로 제작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력에 의해 아래로 처지기도 하고 표면에 주름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생장과 번식 능력을 상실한 호접란과 여성이 겪는 노화의 과정과 유사하다. 우한나는 조각에 가해지는 자연의 힘을 수용하는 태도를 통해 생명체의 유기적인 변화와 움직임을 탐색한다. 그리고 물리적인 신체 안에서 변화할 수 있는 힘과 생물학적 정의로 한정되지 않은 확장된 개념의 여성성을 탐구한다. 또한 여성의 신체 기관을 표현하기 위해 다른 생명체의 외양을 참조함으로써 지구 생태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존재들의 수평적 관계를 도모하고, 이들이 동등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 작품은 2023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전시 《즐겁게! 기쁘게!》(2023. 3. 28. – 6. 25.)에서 여성의 유방을 박쥐로 표현한 <젖과 꿀-3>(2023)과 함께 전시되었다. (글: 조희현)
우한나(1988-)
우한나는 유한한 육체와 고정된 신체 개념을 초월한 존재를 상정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인간과 비인간을 나누는 기존의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와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상황을 그린다. 살아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보호하는 것과 보호받는 것, 나이 듦과 젊음, 고통과 희열 등 상반되고 양극단에 있는 존재들이 융합하고 상호 보완하는 상황을 패브릭을 주재료로 평면, 입체, 설치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경계를 한정하지 않은 작품으로 선보인다. 우한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Appearances》(프리즈 넘버 나인 코르크 스트리트, 2023), 《마른 풀 소용돌이:Tumbleweeds》(보안여관1942, 2023), 《Ma Moitié》(송은아트큐브, 2020)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참여한 주요 단체전으로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2022), 인사미술공간(2020), 대전시립미술관(2020),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2019), 아르코미술관(2019)가 있으며, 2023년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Frieze Artist Award)를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