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바보사진
김순기(1946-)
바보사진
김순기의 <바보사진>은 1980년대 후반부터 작가가 직접 만든 핀홀카메라를 사용해 시간과 빛의 흐름 속에서 피사체를 포착한 사진 연작이다. 그중에서도 <바보사진;숲 1>과 <바보사진;숲 2>는 숲속에서 나무, 식물, 버섯 등 생물들을 장시간 노출로 촬영해 일부 피사체의 움직임까지 담아내었다. 핀홀카메라는 사진술에서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렌즈 없이 작은 구멍을 통해 빛의 양에 따라 다양한 결과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이는 고정된 형태나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김순기의 작업 세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김순기는 결과물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과정의 미학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있는 그대로 모습을 중점적으로 담아낸다. 이는 그의 작업이 사전 계획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된 결과물이 아니라, 우연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사진 속에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보사진> 연작은 아트선재센터 전시 《김순기: 주식거래》(2000. 9. 2. – 10. 29.)와 《김순기: 달, 어디에, 시장을 넘어서, 침묵,》(2014. 4. 19. – 6. 1.)에 소개된 바 있다. (글: 남서원)
김순기(1946-)
김순기는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술과를 수료했다. 1971년 니스에 위치한 국제예술교류센터(Centre Artistique de Rencontre International) 의 초청 작가로 선발되어 프랑스로 건너갔다. 이후 엑상프로방스, 니스 대학에서 기호학과 미학을 수학한 후, 니스, 마르세유, 디종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자유로운 작업 방식을 추구하며, 다양한 표현 방법을 연구하고 실험한다. 그는 노장사상과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바탕으로, 시간, 언어, 삶에 대해 탐구한다. 특히 기호학 공부를 하며 영감받은 작업은 언어 놀이를 통해 인식을 교란시키고, 전형적인 사고 체계에서 벗어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언어와 시간의 개념을 재구성하고, 매체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의 범주를 확장한다. 《김순기: 게으른 구름》(국립현대미술관, 2019), 《김순기: 0 Time》(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2016) , 《0 Time》(니스근현대미술관, 1991)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광주비엔날레 (2023, 2002), 도쿄 모리미술관(2020), 파리 퐁피두센터(2007), 샌디에이고미술관(2004), 까르띠에파운데이션(2003), 시드니현대미술관(1994)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순기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파리 유럽사진미술관 등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