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바람과 함께
이우환(1936-)
바람과 함께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는 1980년대 이후에 제작된 ‘바람’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수직과 수평의 붓 자국이 반복적으로 그려져 있다. 작가는 투명한 접착 용액을 만들어 검은 돌가루를 으깨 물감을 만들어 사용한다. 이때 만들어진 물감은 짙은 흑색과 여러 가지 회색톤으로 표현된다. ‘바람’ 시리즈의 회화 작품은 자유분방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작가의 필력을 볼 수 있다. 획을 반복하여 색과 힘이 점차 약해지고, 선의 자율성과 여백을 보여줌으로써 생동감과 리듬감을 표현한다. 이 작품은 1970년대부터 제작되어 온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시리즈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점과 선으로 절제되어 표현되던 방식이 ‘바람’ 시리즈에서는 질서가 무너지고 보다 자유로운 운율에 따라 생기 넘치는 붓 자국이 바탕 면과 함께 호흡한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예컨대 무지의 캔버스에 하나의(또는 몇 개인가의) 점을 찍는다. 그것이 시작이다. 그리는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을 관계짓게 하는 짓이다. 터치와 논터치의 겨룸과 상호 침투의 간섭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여백 현상이야말로 회화를 열린 것이 되게 해준다.” 작가에게 예술 작품의 여백이란, 타자와의 만남에 의해 열리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한 장의 그림에는 주위의 일상이나 먼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예술이란 자기의 내면적인 생각과 외부 현실을 짜 엮는 길”이라고 말하며, 작품 내외부의 관계 작용에 의해 작품의 의미가 발생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글: 고혜민)
이우환(1936-)
이우환은 경상남도 함안에서 태어나 1956년 서울대 미대 중회 후 일본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화가, 조각가, 설치미술가, 평론가, 철학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1960년대 후반 모노하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중요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모노는 물체를 뜻하며, 이 운동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 자체의 존재와 미학적인 면을 발견하게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주로 나무, 돌, 철판, 종이 등을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며, 작가는 <관계항> (1968~1972)시리즈를 통해 돌과 철판을 사용해 사물들간의 관계와 시공간에 대해 탐구한 바 있다. 또한 작가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바람>, <조응> 등 회화 연작을 통해 “여백의 예술”에 관해 실험해 왔는데, 이는 물감이 채워진 곳과 비워진 곳, 내부와 외부 세계의 관계성에 관해 고찰한 결과다.《이우환 개인전》(국제갤러리, 2023), 벨기에 왕립미술관(2008),《이우환: 경계의 예술》(요코하마 시립 미술관,2005), 《이우환: 만남을 찾아서》(호암미술관, 로댕 갤러리, 2003)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단체전으로는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2018), 뉴욕구겐하임미술관(2011), 베니스비엔날레(2007), 리옹비엔날레(2017), 광주비엔날레(2006) 등에 참여한 바 있다. 2001년 호암 예술상, 2001년 일본세계문화상, 2000년 유네스코 미술상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