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더 큰 첨벙

실비 플뢰리(1964-)

더 큰 첨벙

<더 큰 첨벙>(2001)은 실비 플뢰리의 네온사인 시리즈 중 하나이다. 작가는 상품 광고 슬로건에 사용되는 동사나 형용사들을 차용해 네온사인 작품을 제작해 왔다. 이 작품은 당시 작가가 여성 명품 화장품인 랑콤 광고에 사용된 동사들을 가로로 길게 이어 붙여 두 개의 벽면에 설치한 것으로, LIGHTEN(환하게 하다), EXFOLIATE(각질을 제거하다), SOOTHE(진정시키다), REVIVE(재생하다), PURIFY(정화하다), HYDRATE(수분을 공급하다)와 같은 단어를 읽을 수 있다. 여성의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는 이 단어들은 소비시장에서의 이분화된 젠더성을 드러내는 한편, 상품이나 모델의 이미지와 분리되어 광고라는 본래의 맥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동시대 생활양식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길 원했다. 이때 쇼핑과 광고는 상품, 포스터, 슬로건으로 둘러싸인 현대인의 삶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매체였다. 현재 네온사인만 남아있는 이 작품은 2001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Ô: 실비 플뢰리》(2001. 9. 7.–11.11.)에서 랑콤 향수 시리즈의 이름인 Ô가 인쇄된 포스터로 가득한 벽면에 설치되었다. 또한 당시 이 작업 앞에서 화장품 브랜드인 맥의 색조 화장품을 스포츠카로 짓뭉개는 퍼포먼스인 <메이크업 크러쉬 바이 엑스퍼트>(2001)가 행해졌다. 실비 플뢰리의 <더 큰 첨벙>(2001)은 2001년의 개인전에 이어, 아트선재센터 소장품전 《5: 아트선재 소장품》(2003.11.22. – 2004. 2. 1.)에서도 전시된 바 있다. (글: 최서영)

실비 플뢰리(1964-)

실비 플뢰리는 스위스 제네바 출생으로 조각, 설치, 퍼포먼스를 통해 현대인의 일상적 행위로 자리 잡은 쇼핑과 소비문화의 전략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하이패션과 고가의 메이크업 제품을 마치 백화점 매대처럼 진열하기도 하고, 과장된 사이즈로 재현하기도 하며, 깨트리고 부서트리기도 한다. 상품을 모방하고 과장한 그의 작품은 특유의 매끄러운 표면으로 인간의 소장욕과 파괴욕을 자극하며 물질문명의 미학을 극대화한다. 또한 작가는 상품 광고에 사용되는 네온사인, 슬로건, 포스터 등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소비사회의 이면에 주목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아온 진열 상품들이 전시장이라는 공간에서 낯설게 펼쳐지면서 현대인의 물질주의, 소비문화, 그리고 시장의 광고 전략을 통해 이분화된 젠더성을 인식하게끔 한다. 최근의 주요 개인전으로는 《실비 플뢰리, 모두에게 예스》(로테르담 미술관, 로테르담, 2024), 《길 위의 삶》(빌라 스턱, 뮌헨. 2016) 등이 있으며, 아트 디자인 박물관(2022), 퐁피두 센터(1995) 등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실비 플뢰리의 작품은 디종 르 콩소르시움, 카를루스에 ZKM, 플로리다 배스 미술관 등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