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나는 지치지 않아.∼생각했다, 슈퍼 슬로우 선셋,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날 본다고 달라지지 않아, 조금 안 좋은거 너도 알잖아, 태즈, 솔리데리티, 에리스리톨, 똥실이방실이
박론디(1993-)
나는 지치지 않아.∼생각했다, 슈퍼 슬로우 선셋,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날 본다고 달라지지 않아, 조금 안 좋은거 너도 알잖아, 태즈, 솔리데리티, 에리스리톨, 똥실이방실이
<‘나는 지치지 않아. 일이 너무 좋은 걸,’ 쉬익쉬익 숨소리를 내며 그녀는 빛이 어린 눈을 굴렸다. ‘알지? 나 포기 안하는 거?’ KK는 지기가 싫었다. KK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보다 FAKE IT TILL YOU MAKE IT이 더 프로답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KK는 A가 챙겨주는 척 멕여도, 주목받는 일 아니면 안 해도, 자질이 없지만 승진에 눈이 멀어 침을 질질 흘려도 ‘진짜 잘하는 사람은 다 나눠줘도 어차피 1등’이라 생각하며 견제하지 않았다. 왜 번아웃이 안 올까? 무엇을 위해 연봉을 높이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차근차근 스텝을 밟는 걸까? 피곤하지 않나? 나는 광선을 뿜을 것 같은 그녀의 눈이 어쩌면 오토 파일럿의 기능이라고 생각했다.>(2023)는 회화와 오브제로 구성된 설치작품으로, 현대인의 강박적 노동과 그로 인한 피로를 주제로 한다. 가로로 긴 캔버스에는 달리는 말과 그 위에 널브러진 인물들이 묘사되어 있으며, 이는 끊임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하나의 설치작품으로도, 각 오브제로 분리해 볼 수도 있다. 작품 왼쪽에는 나무로 만든 선반 <슈퍼 슬로우 선셋>(2023)이 놓여 있으며, 그 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날 본다고 달라지지 않아>(2023), <조금 안 좋은 거 너도 알잖아>(2023) 등의 열쇠고리와 열쇠, 그리고 <태즈>(2023), <솔리데리티>(2023), <에리스리톨>(2023), <똥실이방실이>(2023) 등의 반지와 오브제가 배치되어 있다. 이 물건들은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현대 여성의 일상을 상징하며, 지친 직장인의 사적 공간과 현대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박론디는 이 작품을 통해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사물들과 그것을 사용하는 이들의 감정을 다루며, 현대인이 사물들과 맺는 관계를 시각화한다. 작가는 이러한 감정과 사회적 현상의 변화를 작품에 반영해 현대인의 심리를 표현한다. 이 작품은 아트선재센터의 커미션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즐겁게! 기쁘게!》(2023. 3. 28. – 6. 25.)에 전시된 바 있다. (글: 이정민)
박론디(1993-)
박론디는 서울 출생으로 2017년 영국 브라이턴 대학을 졸업한 후, 런던, 상하이,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은 회화, 텍스타일, 퍼포먼스, 세라믹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드러나는 욕망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박론디는 자신을 “시각 제작자(Visual Crafter)”로 정의하며, 익살스러움, 귀여움, 흥미로움 등 정서적 요소의 미학적 힘을 연구하고, 이를 욕망이나 욕구와 결합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한 일상에서 흔히 지나치는 사물들을 재구성하여 인간과 자연, 비인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고, 소비문화 속에서 사용되는 물건들을 통해 숨겨진 기쁨을 표현한다. 주요 전시 경력으로는 《And I need you more than I want you》(화이트노이즈서울, 2021) 개인전을 시작으로,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m no longer Young and Beautiful》(YPC SPACE, 2024) 등이 있으며, 하이트컬렉션(2022), 대림미술관(2020) 등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