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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날

크리스티안 얀콥스키(1968-)

우리가 만난 날

〈우리가 만난 날(The Day We Met)〉(2003)은 노래방 기계에서 나오는 영상을 제작하고 미술관 안에 노래방을 만들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작업이다. 2003년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게 된 작가는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하며 대중가요를 다 함께 부르며 감정을 해소하는 대중적 오락 공간인 노래방을 주목하고 한국 문화와의 만남, 동양 문화와 서양 문화의 충돌, 문화적 차이와 소통 등을 이야기하기 위해 노래방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작가는 노래방 기기 제작사인 ‘태진미디어’와 협업하여 시나리오 작가(노래방 기기 제작 회사의 기획팀), 영화 감독(TV 멜로드라마 감독) 그리고 배우(모델 출신의 여성 연기자들)를 섭외하고, 작가가 제안한 최소한의 컨셉인 ‘두 남녀의 만남’과 작가가 남자 주인공이 된다는 조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10개의 시나리오 가운데 최종 선정된 4개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노래방 전용 클립’을 제작했다. 이 4편의 노래방 영상에는 작가 자신도 출연하여 여자 친구와 손을 잡고 해변을 거닐거나 결혼 반지를 손에 든 채 연인을 기다리는 모습 등으로 대중가요나 뮤직비디오 속 ‘연인’의 클리셰를 표현한다. 전시 동안 미술관에는 노래방 공간을 만들고, 노래방 반주기에서는 다른 영상들과 함께 작가의 영상도 나오도록 해서 미술관 관람객은 실제 노래방에서처럼 부르고 싶은 노래와 영상을 선택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동시에 미술관 밖의 실제 노래방에서도 반주기에서 제공하는 영상에 작가가 만든 영상도 포함하여 미술관을 찾지 않는 사람들도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만난 날〉은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예술 작품이자 실제 노래방 반주기에서 나오는 비디오 클립으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예술과 삶,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흐려지게 한다. 작가 자신도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는 예술가이자 대중문화 속 스테레오 타입의 남성 주인공으로 등장해 서로 다른 문화 간의 만남, 예술과 삶의 만남을 시도함으로써 현대 사회와 문화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우리가 만난 날〉은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인 《더 데이 위 메트(The Day We Met)》(2003.9.27-11.2)전에서 소개되었다.

크리스티안 얀콥스키(1968-)

크리스티안 얀콥스키(Christian Yankowski)는 1968년 독일 고팅겐에서 태어나 함부르크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필름, 비디오, 사진, 퍼포먼스뿐 아니라 회화, 조각, 설치 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개념미술 및 미디어 작업을 한다. 얀콥스키의 작업은 예술과 삶, 현실과 허구, 예술인과 비예술인 사이의 퍼포먼스적 상호작용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조명한다. 그는 마술사, 정치인, 뉴스 앵커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을 도모하고, 이러한 퍼포먼스적 협업을 영화, 사진, 텔레비전, 인쇄물 등의 대중 매체 형식으로 기록하여 현실과 허구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최근 주요 개인전으로는 《나는 흐름에 따라가라는 말을 들었다》(튀빙겐 미술관, 2022), 《힐링 게임》(슈프레인피니트 갤러리, 2020),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할까요?》(갤러리아 엔리코 아스투니, 2019), 《풍부한 예술 역사》(쿤스트하우스 함부르크, 2015), 《헤비급 역사》(CCA 유야즈두프 성, 2013), 《살아있는 조각품: 더 리얼 픽션 II》(산타모니카 미술관, 2007), 《더 데이 위 메트》(아트선재센터, 2003) 등이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2013, 1999), 시드니 비엔날레(2010), 타이베이 비엔날레(2010), 휘트니 비엔날레(2002), 베를린 비엔날레(2001), 리옹 비엔날레(1997) 등 다수의 국제 전시에 참여했고, 2016년 《마니페스타 11》 예술감독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