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알레아, 이애주
김순기(1946-)
알레아, 이애주
〈알레아(Aléa)〉(1999/2000)와 〈이애주(Lee Aei-joo)〉(1999/2000)는 비디오 설치 작업으로 김순기 작가의 개인전 《주식거래》(2000.9.2-10.29)에서 소개되었다. 〈알레아〉는 컴퓨터 오류로 화면과 소리가 깨진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비디오 작업이다. 제목의 ‘알레아(Aléa)’는 프랑스어로 ‘위험’, ‘위험 요소’, ‘불확실성’ 등을 뜻하는 단어로 불확실한 상황이나 예측 불가능한 일을 묘사할 때 쓰인다. 제목처럼 작가는 우연히 발생한 영상의 오작동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불확실성을 반기며 재미난 놀이처럼 작업화한다. 전시장에서는 바퀴 달린 나무 상자에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관람객이 나무 상자를 움직이면 영상과 소리가 나오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하여 ‘비디오 놀이’라고 불렀다. 〈이애주〉는 작가의 오랜 친구인 무용가 이애주(1947-2021)가 춤추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청개구리, 타조, 오리 등의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를 합성한 비디오 작업이다. 김순기와 이애주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랫동안 교감을 나눠 온 친구이자 동료 예술가로 각자 현대미술과 전통무용이라는 분야에서 활동하며 서로의 예술 세계를 지지하고 협업을 지속했다. 〈이애주〉는 《주식거래》전에서는 아트선재센터 한옥관에서 백자 위에 비디오를 프로젝션하여 ‘비디오 조각’으로 전시하였는데, 마치 춤꾼 이애주가 달항아리 위에서 춤추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알레아〉와 〈이애주〉는 미디어 아트 초창기부터 비디오 아트와 멀티미디어 작업을 개척해 온 김순기의 비디오 설치 작업으로 그의 철학적 사유와 실험 정신, 언어 유희 등의 작업 특징을 잘 보여준다.
김순기(1946-)
김순기는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술과를 수료했다. 1971년 니스의 국제예술교류센터(Centre Artistique de Rencontre International)의 초청 작가로 선발되어 프랑스로 건너갔다. 이후 엑상프로방스, 니스 대학에서 기호학과 미학을 수학한 후, 니스, 마르세유, 디종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김순기는 노장사상과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바탕으로, 시간, 언어, 삶에 관해 탐구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에 관해 질문하는 작업을 한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김순기 ― 침묵들의 소리》(아라리오 갤러리, 2023), 《게으른 구름》(국립현대미술관, 2019-2020), 《0 타임(0 TIME)》(아라리오 갤러리, 2018), 《달, 어디에, 시장을 넘어서, 침묵,》(아트선재센터, 2014), 《비팅 더 마켓(Beating the Market)》(슬라우트 파운데이션, 2013), 《주식거래》(아트선재센터, 2000), 《0 타임(0 TIME)》(니스근현대미술관, 1991) 등이 있다. 광주비엔날레(2002, 2023), 《또 다른 에너지: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힘》(모리미술관, 2021–2022), 《현대 생활의 화가들》(퐁피두 센터, 2006-2007), 《과거를 거꾸로: 동아시아 현대미술》(샌디에이고 미술관, 2004-2005), 《유목민의 밤: 존 케이지에 대한 오마주》(까르띠에 재단, 2003)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주요 저서로는 『예술 혹은 침묵의 청취: 김순기와 자크 데리다, 장-뤽 낭시, 존 케이지와의 대화(Art or Listen to the Silence: Kim Soun-GuiConversation with Jacques Derrida, Jean-Luc Nancy and John Cage)』(2014), 『산은 바다요, 바다는 산이요: 장자와 비트겐슈타인(Montagne, C’est la Mer: Tchouang-Tseu et Wittgenstein)』(2003), 『게으른 구름 (Les Nuages Paresseux)』(199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