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함경아: 욕망과 마취

2009. 8. 22. – 10. 25.

아트선재센터

함경아: 욕망과 마취

함경아의 개인전 《욕망과 마취(Desire & Anesthesia)》는 작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뮤지엄(museum)들을 관람하며 느꼈던 장소와 소장품 사이의 이질감, 고상함의 이면에서 풍기는 위선적 분위기에 대한 반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권력과 물질을 향한 욕망의 인류사가 예술이란 이름으로 가려진 ‘뮤지엄’을 통해 과거 거대 권력이 자행한 약탈과 폭력이 암암리에 용인될 뿐만 아니라 외면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뮤지엄 디스플레이(Museum Display)>와 <훔쳐지고 뒤바뀐 사물들(Switched Stolen Objects)>은 직접적으로 뮤지엄에 대해 언급하는 작업이다. 전시장 전면에 설치한 진열장은 자체가 하나의 뮤지엄이자 그것의 표상으로, 뮤지엄의 디스플레이방식을 따른 것이다. 여기에 짝이 맞지 않는 찻잔과 접시, 스푼, 그리고 작은 장식품 등 출처와 이력을 알 수 없는 소소한 일상적인 물건을 진열했다. 이것들은 작가가 오랜 시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카페, 호텔 등에서 가져온 것으로 뮤지엄의 수집 방식을 모방한다. <훔쳐지고 뒤바뀐 사물들>은 작가가 물건을 훔치고 뒤바꿔온 경험을 담은 텍스트와 직접 찍은 사진, 그리고 세계 유수의 뮤지엄이 훔친 특정한 소장품들에 관한 일화가 소개된 텍스트로 이루어진 작업이다. 사물의 탈장소성에 대한 이 작업은 그 사물들이 어떻게 그곳에 위치하게 되었는지, 소유권이 어디로 귀속되는지, 현재 놓여진 장소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편 고전적인 정물화 장르의 형식을 따른 <스틸 라이프 시리즈(Steal Life series)>는 테이블 위에 각양각색의 사물들을 정교하게 연출한 사진 연작으로, 17세기 네델란드 정물화를 연상시킨다. 당시 네델란드는 종교혁명과 국내외의 잦은 전쟁으로 기존 지배 계층이 몰락하고 무역과 상업으로 부를 이룩한 시민 계층이 새로운 사회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공격적인 해외 진출은 식민지 개척과 활발한 대외 무역으로 이어져 문화적, 경제적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시대적 번영에서 비롯된 자신감과 물질적 풍요는 대외 무역을 통해 획득한 희귀한 수입품들과 식민전쟁의 전리품들이 등장하는 사실적인 정물화로 드러났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주목하여 자신이 훔치고 뒤바꿔온 전리품들을 유사한 맥락에서 화면에 담았다. 정지한 사물(still life)이 아닌 인간의 탐욕에 따라 훔쳐지고 움직이는 사물(steal life)들인 것이다. 이 외에도 회화 연작, 설치 작업, 그리고 <사기꾼과 점쟁이(The Sharper and Fortune Teller)>, 2채널 영상작업이 전시된다.

기간
2009. 8. 22. – 10. 25.
장소
아트선재센터
참여작가
함경아
주최
아트선재센터
주관
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