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트레이시 모팻

2001. 2. 24. – 4. 15.

아트선재센터

트레이시 모팻

본 전시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비디오, 그리고 사진 시리즈 작업으로 세계적 인정을 받고 있는 호주의 여성작가 트레이시 모팻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6개를 선보인다. 호주 원주민의 딸로 태어난 작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식민지적 탄압이나 사회적인 소외 문제 등을 작품화했다.

<무엇인가 더>(1989)는 화려한 도시 생활을 열망하는 시골 여성의 꿈이 좌초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매우 개인적인 서사를 통해 인종, 성, 계급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미지들은 자유를 향한 길에 여인이 겪는 폭력과 파괴적인 힘을 단편적으로, 그러나 명료하게 보여준다.

<심야의 외침: 전원의 비극>(1990)은 병든 노년의 엄마와 보호자이면서도 욕구불만을 가진 딸의 상호의존적 애증관계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백인 엄마와 흑인 딸이라는 설정을 통해 흔들리는 감정의 미묘한 교차가 부가된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원주민의 아이를 백인 양부모에게 강제 입양시키는 호주 정부의 동화정책을 지적함으로써 호주 인종문제의 또다른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삶의 상처>(1994)는 현대 가정에 대한 비판적 증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이 작품에서 집은 단순히 거주지 혹은 편안함의 상징이 아닌 근심과 갈등, 소외와 같은 부정적 측면을 내포한 장소이자, 친숙하면서도 그 친숙함이 불현듯 낯설게 느껴지는 동시에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운 장소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평온해야 할 가족 내부의 숨겨진 갈등에서부터 원주민 어린이를 성폭행하는 백인 의붓아버지 등 오늘날 호주가 떠안고 있는 국가적 문제의 단면까지 보여주고 있다.

<Laudanum>(1998)은 두 여인, 백인 여주인과 아시아인 하녀가 등장하는 사진 작품으로 영국 빅토리아식 인테리어와 싸구려 흡혈귀 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에로틱한 이미지를 통해 수수께끼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외에도 호주임을 드러내는 배경을 바탕으로, 폭력적인 남성의 세계와 임신한 여성의 이미지를 교차적으로 엮어나가는 사진 시리즈 <하늘 저 높이>(1997), 세 개의 귀신 이야기를 통해 민족성, 성, 지역, 정신적/ 문화적 믿음을 이야기하는 90분짜리 필름 작품 <신들리다>(1993) 등 작가의 다양한 형식적 관심과 미묘하고 세련된 줄거리를 드러내주는 수작들이 전시됐다.

트레이시 모팻은 호주 원주민의 딸로, 세살 때 백인 하층 가정에 입양되었으며 1982년 퀸스랜드 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 TV 다큐멘터리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일해왔다. 그녀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1990년대로, 칸느 영화제에서 그녀의 영화 2편이 상영되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1997), 뉴욕 디아센터(1997/8)에서의 전시 등을 통하여 명성을 굳히게 된다.

기간
2001. 2. 24. – 4. 15.
장소
아트선재센터
참여작가
트레이시 모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