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주재환: 이 유쾌한 씨를 보라

2000. 11. 25. – 2001. 1. 21.

아트선재센터

주재환: 이 유쾌한 씨를 보라

《이 유쾌한 씨를 보라》전은 그동안 미술계에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던 주재환 작가를 현재적 시점에서 주목해보고자 한 전시로, 현대미술 현장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주재환은 1970년대 말부터 미술 외부의 삶과 경험을 통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사유를 바탕으로 작업해 온 작가이다. 그는 아카데믹한 미술, 국적불명의 미술 대신 자신이 몸소 겪은 생생한 미술, 삶과 시대를 아우르는 시선이 담겨있는 미술을 실천하고자 했다. 이러한 작업 태도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궤적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으나, 비판적 시각과 더불어 일상적인 재료를 통해 은연 중에 드러나는 유머와 위트는 주재환의 작품들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게 한다.

주재환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가볍고, 엉뚱하며 기발해보이지만 그 외형적인 가벼움의 이면에는 유머 이상의 무게와 진정성이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그가 속한 사회와 화단을 예리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사유한 결과를 유머이자 독설이자 호탕한 비판으로 제시한다. <태풍 아방가르드호의 시말>(1980)은 모래 위에 내던져진 담배꽁초를 통해 백색 모노크롬 회화와 기성미술을 조롱하고, <짜장면 배달>(1998)의 휘날리는 짜장면 면발은 산업사회의 속도감을 희화화한다.

주재환의 풍부하고 깊이 있는 사회에 대한 시선들은 미술 외적인 온갖 경험 한복판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언제나 사회현실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았던 작가는 1979년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참여하게 된다. 엄혹하기만 했던 80년대를 관통하며 시대와 삶에 대한 비판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 <현실과 발언>은 당시 시대의식과 시각문화 전반에 걸친 문제제기를 했던 그룹이다. ‘민족미술협의회’ 공동대표, 『80-87 군사독재정권 미술탄압사례』 발간, 《고 박종열 열사 추도 반고문》전 등, 주재환의 정치적인 경력은 작가의 참여적 기질을 보여준다. 정치현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작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했던 작가는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사회적 문맥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사소한 일상까지 갖가지 소재와 내용을 담은 변화무쌍한 작업들을 선보여왔다.

주재환의 작품은 각각의 작품을 일일이 설명한다는 것이 부질없이 여겨질 만큼 그 재료와 스타일을 종잡을 수 없다. 또한 그 형식마저 각양각색이기에, 전시를 위한 혹은 전시에 의해 생명력을 얻어온 뭇 작품들과 구별된다. 따라서 아트선재센터에서의 주재환 개인전은 매우 각별하고 독특한 의미를 지니는데, 그것은 80년대와 90년대 미술의 단순한 구분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어떤 흔적을, 그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갖가지 즐거움과 유쾌함을 수반하면서도 때묻지 않고 진지한 시대와 역사에 관한 기억을 상기시키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기간
2000. 11. 25. – 2001. 1. 21.
장소
아트선재센터
참여작가
주재환
주최
아트선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