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존스는 정치, 사회, 문화적 사건이 오늘날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고, 과거의 사건을 현재 혹은 다른 맥락으로 불러들인다. 《또 다른 북(北)(The Other North)》은 작가가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일어난 북아일랜드 분리운동(The Troubles) 기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상을 연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영상은 1970년대 초반 칼 로저스(Carl Rogers)가 진행했던 집단 갈등 해소를 위한 심리치료에 관한 것으로 북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여러 종파, 계층,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였다. 존스는 참가자들의 대화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11명의 한국인 배우들이 재연한 영상을 만들었다. 재연된 다큐멘터리는 분단이라는 비슷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공명의 순간을 포착한다. 또한 두 나라의 차이를 초월하여 분단 상태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재고하고 동시에 역사적, 문화적 시각차를 고찰한다.

<공동체의 이기적 행위(The Selfish Act of Community)>는 1968년에 미국에서 이루어졌던 그룹 치료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상 작품이다. 존스는 작품명 속 ‘이기적(selfish)’을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하나는 이타적(selfless)과 반대되는 말로 자신만을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뜻하고, 또 다른 하나는 자아(self)를 탐구하고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참여자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살면서 공동체로부터 소외 당하거나 또는 이기적인 행동을 해왔다. 하지만 집단 심리치료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 작가에 의해 재연된 영상은 그 당시 사람들의 사회적 역할과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오늘날의 시각에서 다시 바라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존스는 작품을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가 제안한 연극 기법 중 하나인 소격 효과(alienation effect)를 사용했다. 친숙한 환경이 생소해지는 소외 효과로 인해 관람객은 영상이 기록이 아닌 극적인 제작물임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거리를 갖게 된다. 작가는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말하는 사람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 원작 다큐멘터리 영상과는 달리 카메라를 일정한 속도로 360도 회전시켜 촬영하였다. 관람객이 말하는 사람에게 몰입하거나 감정이입하지 않도록 작가가 의도한 것이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사건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며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