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정서영: 전망대

2000. 3. 17. – 5. 14.

아트선재센터

정서영: 전망대

정서영의 개인전 《전망대》는 사물과 언어의 관계를 재고하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선보인 전시이다. 정서영은 주로 일상적이고 익숙한 사물들이 빚어내는 낯선 상황을 통해 또 다른 경험의 조건을 만드는 작업들을 진행해 왔다. 전시 제목인 ‘전망대’는 출품작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휴가지에서 친구가 보낸 엽서에 인쇄된 사진 이미지 속의 전망대 형태를 조각으로 전환한 것이다. 본 전시는 작가의 미발표작 및 신작을 통해 일상적 소재들을 낯설게 만들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작가 특유의 정서를 드러냈다.

작가에게 재료는, 그것의 물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사물들이 다양한 의미의 중첩을 일으키면서 파생시키는 새로운 상황들을 유머러스하게 표명하는 언어로서 기능한다. 그는 장판지, 카펫, 스티로폼, 스폰지, 나무, 유리 등의 일상적인 재료들을 가공하지 않거나 혹은 덜 가공한 상태로 본래 그 재료들이 지닌 기능적인 측면을 그대로 모방하여 작품 안에 들여온다. 일례로, <-어>(1996)라는 작품에서 재료로 쓰인 리놀륨 민속장판은 그것이 지닌 바닥재의 역할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캔버스를 대신한다. <전망대>(1999)는 전망하는 기능을, <꽃>(1999)이나 <선인장>(2000)은 장식과 관상용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작품 제목과는 달리 정서영의 작품 제목은 관람객들이 처한 낯선 상황을 설명함으로써 작품 속으로 깊숙이 개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낯선 상황 그 자체를 직시하게 함으로써 관람객을 작품의 표면에 머물게 만든다. 예를 들어, <스포츠식 꽃꽃이>(1999)는 권투장갑과 각목들이 말 그대로 ‘꽃꽂이’ 된 작업이다. <유령, 파도, 불>(1996, 1998)은 하나의 추상적인 형태가 ‘유령’ 혹은 ‘파도’나 ‘불’이 되는 작업으로, 다중적이며 비결정적인 언어의 속성을 드러낸다. 이렇듯, 정서영은 사물과 언어의 지시 관계 또는 낯선 상황을 통해 대상의 깊이를 표피로 끌어올리거나 그 주변을 맴돌게 함으로써 ‘깊이’로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이 갖는 권위의 허구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동시에 작품과 작품 제목, 작가 이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작품의 태생적 의미를 캐려는 관람객들의 관습적인 감상태도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정서영은 새로운 세기를 시작하는 2000년, 아트선재센터가 첫 번째로 주목한 작가였다. 1964년 서울 출생으로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한 후, 독일 슈트트가르트 미술대학 연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바덴-뒤르템베르그 주 예술 재단 지원금과 예술가 지원금, 김세중 청년조각상 등을 수상했다. 아트선재센터에서의 개인전 이후 《모닥불은 거기에 내려 놓으시오》(2005, 독일 프랑크푸르트 포르티쿠스), 《괴물의 지도, 15분》(2009, 갤러리 플랜트), 《미스터 김과 미스터 리의 모험》(2010, LIG아트홀), 《큰 것 작은 것 넓적한 것의 속도》(2013, 일민미술관)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제4회 광주비엔날레>(2002),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2003, 한국관), <제7회 광주비엔날레>(2008), <덕수궁프로젝트>(2012, 덕수궁미술관/덕수궁 정관헌)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기간
2000. 3. 17. – 5. 14.
장소
아트선재센터
참여작가
정서영
기획
아트선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