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백승우: 판단의 보류

2011. 5. 13. – 7. 31.

아트선재센터

백승우: 판단의 보류

백승우는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대비시킴으로써 사진 매체의 속성을 탐구하고, 사진 영역의 틀을 넓히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백승우의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변형과 재구축을 통해 ‘실재(real)’와 ‘실재가 아닌 것(unreal)’, ‘보이는 것(visible)’과 ‘보이지 않는 것(invisible)’ 사이에 숨겨져 왔던 세계의 틈새들을 포착한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백승우의 작업세계를 보다 진척시킨 신작들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전시 제목인 ‘판단의 보류(Deferred Judgement)’는 사진 이미지의 객관성, 직접성, 보편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프레임 안팎으로 감춰져 보여지지 않은 이야기들에 주목하고자 하는 백승우 작가의 주제의식을 나타낸다. 백승우의 사진 작업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가 의심의 여지 없이 사실 혹은 진실이라고 믿어 왔던 이야기들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관람객들로 하여금 시각이미지를 해석하는 방식과 더불어 사진이라는 매체의 속성에 대해 재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층에 전시되는 <Seven Days>(2010-2011)는 <Monday Morning>, <Monday Afternoon>, <Monday Night>, • • •, <Sunday Night>의 21점으로 이루어진 사진 연작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매일을 오전, 오후, 밤으로 나누어 작품 제목을 정했지만 이와는 전혀 무관하게 작가가 정한 규칙에 따라 일본 동경의 풍경을 촬영함으로써 관람객이 제목에서 기대하는 사진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전복시킨다. 이 외에도, 이미지를 13개 조각으로 나누어 13개 국가로 각각 보내 출력 및 재조합하는 실험적인 제작방식을 선보인 <Utopia-#032>(2011)와 이전 작업들의 제목인 “Real World”, “Blow Up”, “Utopia”를 철제 구조물에 네온 사인으로 설치하여 촬영한 <Signboard>(2011)가 소개된다.

3층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Archive Project>(2011)와 <Memento>(2011)는 작가의 아카이브 자료를 활용한 신작이다. <Archive Project>는 작동이 멈춘 공장 안의 기계 설비 혹은 재건축 중인 건물의 광경을 담고 있다.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시간, 공간, 용도가 각기 다른 이미지들을 교묘히 조합하여 마치 실재하는 하나의 장면을 담은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진 <Archive Project>는 이미지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오류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Memento>는 작가가 미국의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5만 여 점의 사진에서 1차 선별한 2천 7백여 점을 대상으로 작가가 초대한 8명이 각각 8장씩을 선택하여 각자가 떠오르는 대로, 임의의 제목을 기입한 작품이다. 관람객은 선택된 사진의 출처와는 전혀 관계없이 재맥락화된 사진들을 감상하게 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사진으로 기록되는 일상의 기억이 얼마나 제한적이며 왜곡되기 쉬운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와 함께 시리즈별 작품 이미지와 작품 설명, 에세이, 그리고 작가와의 인터뷰로 이루어진 백승우의 모노그래프 『아무도 사진을 읽지 않는다(Nobody Reads Pictures)』가 출간된다.

기간
2011. 5. 13. – 7. 31.
장소
아트선재센터
참여작가
백승우
주최
아트선재센터
기획
사무소
후원
매일유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