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박이소: 개념의 여정

2011. 8. 20. – 10. 23.

아트선재센터

박이소: 개념의 여정

박이소는 199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동시대성과 개념적 태도를 한국에 소개하고 작동시킨 선구자적 작가 중 한 명이다. 박이소의 작가로서의 경력은 1982년 뉴욕으로 이주하여 1994년까지 ‘박모’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전기와 다시 서울로 돌아와 ‘박이소’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후기로 나눌 수 있다. 전기가 뉴욕이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아시아계 이민자 작가로서의 정체성, 예술과 사회, 그리고 창작에 대해 치열하게 연구하는 과정이었다면, 후기에는 이전의 태도가 보다 성찰적으로 발현되어 삶과 세계, 보편적 가치를 탐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적 분류는 편의적인 것일 뿐, 박이소의 창조적 태도는 시종일관 자아와 예술, 삶, 그리고 세계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비선형적 여정이었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창작의 여정에서 그의 드로잉은 작가로서 자신을 성찰하고 작업에 대한 개념을 구체화시키며, 세계와 소통하는 가장 근원적인 자신만의 영역이었다.

《박이소 – 개념의 여정(Yiso Bahc – Lines of Flight)》전은 드로잉을 중심으로 박이소의 예술세계를 살펴보는 의미 있는 자리이다. 개념미술가이자 설치작가로 알려진 박이소는 자신의 관념과 태도를 끊임없이 노트와 드로잉으로 기록했으며, 작품을 전개하는 미디어로서 드로잉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번 전시는 박이소의 드로잉과 드로잉적인 초기 회화 230여 점을 소개한다.

박이소의 작품세계는 어떤 차원에서 매우 드로잉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그의 작품세계가 정주적이고 물질적이라기보다는 임시적이고 가변적이며 동사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의 본질과 사유의 흐름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박이소의 드로잉이다. 박이소의 드로잉은 크게, 일반적 의미의 ‘드로잉(Drawing)’, ‘개념 드로잉(Drawing Concept)’, ‘설치 포트폴리오(Installation Portfolio)’로 구분될 수 있다. ‘드로잉’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표현적이고 선언적인 (한편으로 확장된 회화라고 말할 수도 있는) 드로잉 그 자체이며, ‘개념 드로잉’은 작업의 개념적 측면을 구체적으로 표상하는 드로잉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설치 포트폴리오’는 작품 제작과 설치를 위해 상황에 맞게 작가가 반복적으로 수정한 설치를 위한 드로잉이다. 작가는 동일한 개념 드로잉에서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설치되는 조건과 상황에 따라서 그것을 미묘하게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그의 작업을 드로잉이라는 형식으로 다시금 완성시켜 나갔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의 형식적인 차원을 넘어 작가의 전체 작품 세계에 드러나는 개념적 키워드를 설정함으로써 그의 드로잉을 재맥락화한다. 2층 전시장에서는 작가의 초기 드로잉적 회화와 드로잉을 통해 정체성(identity)과 자아(ego),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사회 정치적 이슈들을 살펴본다. 3층 전시장은 개념 드로잉과 설치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긍정, 만남과 소통, 그리고 새로운 이상향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며 이와 함께 박이소 작업 세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1권의 작가 노트 사본, 박이소의 현대미술 및 드로잉에 대한 교육학(pedagogy) 자료, 작가의 육필 원고 및 번역서, 박이소의 친구들이 작성한 박이소에 대한 기억들(서면 인터뷰)이 비치된다. 이러한 전시 구성을 통해 박이소의 삶과 예술의 여정을 경험하는 동시에 드로잉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넓힌다.

 

기간
2011. 8. 20. – 10. 23.
장소
아트선재센터
참여작가
박이소
주최
아트선재센터, 이소사랑방
기획
김선정(사무소), 김장언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